[연합시론] 평창 참가에 군사당국회담까지, 회담 성과 기대 이상이다

입력 2018-01-10 01:00
[연합시론] 평창 참가에 군사당국회담까지, 회담 성과 기대 이상이다

(서울=연합뉴스) 남북이 9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25개월 만의 고위급회담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남북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온종일 줄다리기를 끝에 합의한 내용을 담은 3개 항의 '공동보도문'에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가 포함돼 있다. 우리 측이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공동보도문에는 들어가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1차 목표였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고, 남북 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북한의 도발만 없다면 남북관계 복원이 빠른 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은 이날 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북한은 이를 위해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전에 없던 예술단, 참관단까지 포함돼 대표단 규모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보도문에 넣지는 않았지만, 개회식 공동 입장과 남북 공동문화 행사 개최 등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한다. 일단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남북은 이와 함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하고 군사당국회담 개최에도 합의했다. 남북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대화를 해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이 부분이 북측 공동보도문에는 '외세의 간섭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뜻의 북한식 표현인 "우리 민족끼리로" 돼 있다. 남북 간 대화와 협상에 방점이 있는 것이라 해도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측도 신경을 썼지만, 북측이 유연한 태도를 보여 기 싸움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한다. 하지만 회담을 마무리하는 종결회의에서는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측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언론에서 북남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리 위원장은 북측으로 돌아갈 때도 '비핵화는 의제가 아니었느냐'는 우리측 취재진의 질문에 단호하게 "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또 어떻게 오도를 하려고?"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나 군사당국회담 개최 등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비핵화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북회담의 궁극적인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과정이 매우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번 회담 성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하지만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남북은 이제 겨우 관계복원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한 평화 공존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금까지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돌발변수도 곳곳에 잠복해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고, 군사당국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줄여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양측이 합의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리 위원장이 종결회의에서 서해 군 통신선을 지난 3일 복원했는데 남측이 이날 복원한 것처럼 언론에 알렸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회의가 40분간 이어졌다고 한다. 남북 간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남남갈등도 경계해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회담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진영논리에 함몰돼 내부 갈등만 키우는 일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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