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표단 "민심이 천심"…'회담 성과내자' 의기투합

입력 2018-01-09 11:28
수정 2018-01-09 13:48
남북 대표단 "민심이 천심"…'회담 성과내자' 의기투합



南 "첫술에 배부르랴"-北 "둘이 더 오래가"…화기애애 분위기속 회담 시작



(판문점=연합뉴스) 공동취재단 백나리 기자 = 남북은 9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날씨와 속담, 격언, 개인적 일화 등을 두루 써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오전 10시 회담 전체회의가 시작되자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먼저 "날씨가 추운 데다 눈이 내려서 평양에서 내려오는 데 불편하지 않으셨느냐"고 인사를 건넸다.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겨울이 여느 때 없이 폭설도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게 특징"이라며 "어찌 보면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상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회담의 의제가 북측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임을 감안한 듯 눈(雪) 얘기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언급한 것이다.

이어 리 위원장은 2000년 6월생이라는 자신의 조카 얘기를 꺼냈다. 남북이 첫 정상회담을 열었던 2000년 6월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을 거론한 것이다.

리 위원장은 "조카가 설에 만났는데 올해 대학에 간다"면서 "벌써 18년이 됐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벌써 두 번씩이나 지났으니까 이 얼마나 많은 세월 흘렀나. 뒤돌아보면 6·15 시대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었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고 이 천심에 받들려서 북남 고위급회담이 마련됐다"며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장관도 "우리 남측도 지난해 민심이 얼마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직접 체험을 했고 우리 민심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면서 "민심이 천심이고 그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번 겨울 날씨를 가볍게 언급하며 회담의 의제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넘어가 "특별히 또 우리 북측에서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시작이 반', '첫 숟갈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을 연달아 언급하면서 이번 고위급회담의 의미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끊어져 있던 남북관계의 점진적 복원으로 나아가자는 소망도 피력했다.

리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간다고 했다', '마음 가는 곳에 몸도 가기 마련'이라는 격언으로 맞장구를 쳤다.

또 조 장관이 초등학교 시절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한 일화를 언급하면서 "동심이 순결하고 깨끗하고 불결한 게 없고 그때 그 마음을 되살린다면 회담이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덕담했다.

모두발언을 주고받은 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취재진의 요청에 다시 악수를 했다. 리 위원장은 "기자 선생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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