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文대표 "세금 주식납부 거부당해 지분 매도… 억울"

입력 2018-01-09 09:24
수정 2018-01-09 11:17
신라젠 文대표 "세금 주식납부 거부당해 지분 매도… 억울"

연합뉴스와 이메일·전화 인터뷰…"차라리 국가가 주식 가져가 신약개발했으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서 15개 글로벌 제약사 미팅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세금을 주식으로 내려 했으나 국가가 거부했다. 차라리 국가가 신라젠의 주식을 가져가 신약개발을 완료해줬으면 좋겠다"

문은상 신라젠[215600] 대표가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를 둘러싼 논란에 입을 열었다.

신약 개발 하나만을 목표로 달려왔다는 그는 회사를 상장시키고, 임상 3상을 순조롭게 진행해온 성과는 가려진 채 지분 매도만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난 게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임상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표는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막을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신라젠은 최대주주인 문 대표와 친인척 등 대주주들의 지분 대량 매도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문 대표는 주식매각이 1천억원대의 세금과 개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 고 해명했다.

문 대표는 "세금을 주식으로 내려 했으나 국가가 거부했고, 대출도 한도가 있어서 세금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미실현 소득에 1천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한 상황에서 (지분 매도는) 거액의 탈세자가 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분 매도를 통해 문 대표 개인이 확보한 금액은 약 1천300억원이다. 문 대표 말마따나 세금납부와 BW 인수를 위해 빌린 개인 채무까지 변제하고 나면 사실상 손에 쥐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는 차라리 국가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신라젠의 주식을 가져가 최대주주가 돼 펙사벡의 개발을 완료해줬으면 좋겠다며, 최대주주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하는 데 억울함을 토로했다.

문 대표는 "펙사벡 하나 세상에 내보내겠다고 몇 년째 쉴새 없이 일해온 내게 도덕성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모든 위험과 천문학적 세금, 부채를 안고도 회사를 무사히 상장시킨 데 이어 임상 3상까지 순조롭게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도덕성과 경영 능력에 정말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악재가 나오기 전에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면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다 처벌받는다"며 "다른 악재가 없기 때문에 판 것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조사가 들어와도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의 주식문제는 신라젠 상장 전인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주주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BW의 전환가액은 3천500원으로 2015년 12월에 주식으로 전환됐다. 당시 비상장사였던 신라젠의 장외 주가는 3만원을 웃돌기도 해 차익은 2만원 중반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젠은 1년 뒤인 2016년 12월 6일에 공모가 1만5천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문 대표는 주식매각 방식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대주주들은 주식 대량매도 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이용하지만 문 대표와 특수관계자 등 9인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장내 매도를 통해 271만3천997주를 처분했다.

문 대표는 "블록딜 자체가 불가능한 시점에 과세를 맞았다"며 "국내는 물론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도 알아봤으나 모든 금융기관이 연말에 정산을 마치고 문을 닫은 상태여서 블록딜을 할만한 기관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록딜을 하게 되면 주가가 더 많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주식 가치를 가장 적게 훼손하기 위해 12월 내에 팔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무리한 블록딜을 시작했다면 이달 말 세금납부 기한을 앞두고 주가는 더 큰 충격을 받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문 대표는 신약개발과 관련한 항간의 악성루머에 대해서도 견제했다.

그는 "약(펙사벡)에 대한 의심은 전혀 안 해도 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행사에서만 카티(CAR-T)세포 치료제를 연구하는 주노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머크, 리제네론 등 대형 다국적제약사와 15차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 들어있는 면역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들어 환자에게 주입하는 '맞춤 치료제'다

문 대표가 참석하고 있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글로벌 금융회사 JP모건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산업 투자 행사로, 헬스케어 기업 450곳에서 9천여명이 참가한다.

국내에서도 신라젠을 비롯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SK바이오팜, 툴젠 등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여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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