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정원 상납금 36억 원을 용돈처럼 쓴 박 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36억5천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아 대부분 사적 용도에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매월 5천만 원 내지 2억 원씩 총 35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원종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억5천만 원을 지원하도록 국정원장에게 지시한 혐의도 있다. 국정원 상납금 중 33억 원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꺼내 썼다고 한다. 이번 추가 기소로 박 전 대통령은 삼성·롯데 뇌물수수,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 강요,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이권 관련 직권남용 등 모두 20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국가안보를 위해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수사 등 업무에 쓰이는 것이다. 그런 국가 예산을 대통령이 수십억 원 상납받아 대부분 사적으로 썼다니 기가 막힌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안봉근 비서관을 통해 국정원에 돈을 보내라고 먼저 요구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에게는 본인이 직접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상납받은 돈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자신과 최순실 씨, 핵심 측근 등의 차명 휴대전화 구매 및 통신비, 삼성동 사저 관리·수리비, 기치료 및 주사 비용으로 쓰인 게 3억6천500만 원에 달한다. 또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에게 휴가비나 격려금으로 준 게 10억여 원이고, 약 18억 원은 최 씨가 운영한 의상실 비용 등으로 최 씨에게 직접 전달됐을 거라고 한다.
과거 정권 때도 청와대가 정보기관 특수활동비를 받아 사용한 관행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부족한 청와대 운영자금이나 직원 격려금 등에 주로 사용됐지 이번처럼 대통령과 핵심 측근의 사적 용도로 대부분 쓰인 전례는 없다고 한다. 상납금이 담긴 쇼핑백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때 최 씨가 자주 곁에 있었고, 최 씨가 상납금 관리와 사용에 개입한 단서도 포착됐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를 개인 용돈처럼 쓴 박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 행위가 추가로 드러나 국민이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이다.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 이후 재판은 물론 검찰 수사에 일체 불응하고 있다. 자신이 정치보복의 희생자라고 생각하는지 모르나 그것 또한 염치없고 상식에 맞지 않는 태도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기소와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구속을 계기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남김없이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모아야 한다. 특히 최 씨가 더블루케이 등 법인을 설립할 때 자본금을 현금으로 댄 사실이 드러난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챙긴 특수활동비 상납금이 이런 데 흘러간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 최 씨가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서초구 '헌인마을' 개발 의혹과 대기업을 동원한 보수단체 불법지원 의혹(화이트리스트 의혹) 등과 연관이 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남은 재판과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특히 국정원 상납금의 전체 규모와 사용처는 사실 그대로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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