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대내외 정보기관 구축에 美CIA 비밀요원 출신 고용

입력 2018-01-02 16:56
UAE, 대내외 정보기관 구축에 美CIA 비밀요원 출신 고용

포린 폴리시 "안보 불안에 군사·안보·정보기구 구축 서둘러…외국 도움받아"

"민간 정보용역업체 고용은 새로운 현상…미국내 불편한 시선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아랍에미리트(UAE) 군사협력 논란'의 UAE 측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사안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에 보도됐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출신인 래리 산체스가 UAE 왕족과 개인적 인연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정보기관, 사법 당국, 군 등의 전직 요원들을 데리고 UAE판 CIA와 연방수사국(FBI)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포린 폴리시는 전직 정보기관원들과 민간 보안용역업자들의 증언과 문서 등을 통해 현대적인 군사·안보·정보기구를 갖추기 위해 서두르는 UAE 모습을 전하면서 그 배경으로 UAE가 "나쁜 동네에 사는" 점을 들었다.

예멘, 소말리아, 오만이 그렇고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이란과는 섬 영유권을 비롯해 갈등의 뿌리가 깊다. "UAE는 지금 미국의 우방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서방으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포린 폴리시에 설명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001년 9.11테러 사건. UAE가 테러리스트 경유지 역할을 해온 점이 드러났고 비행기 납치범 중 2명은 UAE 국적이었다. 자신들이 국제 테러리즘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UAE는 자국 내 종교 조직을 포함해 국가안보 전반에 관해 본격적인 조치에 나섰다"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프로그램 소장 존 알터먼은 포린 폴리시에 설명했다.

국방 전략을 짤 때도 호주, 영국,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을 본 딴 UAE는 정보기관 창설에도 서방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석유를 판 풍부한 돈으로 호주와 영국 군 정보기관의 전직 요원들을 고용할 수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산체스. 산체스 이전에도 보안업체 블랙워터의 에릭 프린스가 UAE 아부다비의 왕세제 경호를 위한 외국인 대대 창설을 도왔고, 백악관 대테러 책임자였던 리처드 클라크도 왕세제의 오랜 자문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산체스는 CIA 비밀요원으로 뉴욕 경찰국의 대테러 활동에 관여하면서 왕세제 등 UAE 고위층과 쌓은 개인적 친분을 토대로 UAE 정보기관 창설의 청사진을 도맡게 됐다. UAE는 뉴욕 경찰국과 대테러 정보공유 협정을 맺고 뉴욕 경찰국에 100만 달러의 대테러 활동 자금을 제공한 관계였다.

CIA와 뉴욕 경찰국간 대테러 정보 수집 협력이 미국 내국인에 대한 사찰 논란을 일으킨 후 CIA를 그만두고 정보용역 업체 CAGN 글로벌 대표가 된 산체스는 2011년 UAE로 건너가 전직 요원들로 교관단을 꾸려 UAE 인들에게 스파이와 준 군사 공작원 교육과 훈련을 시켰다.

한 전직 교관은 "보수가 엄청났다. 하루에 1천 달러였고 장원 같은 집이나 아부다비 시내 5성급 호텔에 머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교육훈련엔 '정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수업부터 위장 신분 만들기, 정보수집 장비 다루기, 리비아 정보원 포섭하기 등은 물론, CIA의 훈련시설을 모방해 사격장, 막사, 운전코스 등을 갖춘 훈련장에서 훈련도 포함됐다.

이런 민간 신분의 전직 요원들 외에, 미국 정부도 때때로 UAE를 직접 도왔다.

2010년과 2011년 이란의 사이버 공격력 구축에 대응해 미국은 정부관리와 국방 용역업체를 UAE에 파견해 사이버 보안과 공세적 사이버 작전을 교육했다. 2011년 후반엔 미국 정부의 자문관과 용역업체가 UAE판 국가안보국 창설을 돕기도 했다. 안가 위치 선정에서부터 공개해도 될 시설과 비밀시설을 분류하는 세세한 작업까지 지원했다.

그러나 CIA 출신의 민간인이 CIA 것과 똑같은 교육훈련 내용과 자재로 외국인 정보요원들을 가르치는 것을 두고 CIA가 발끈해 합법성을 따지는 등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교관들이 훈련생을 데리고 감시 실습에 나가는 '토끼장' 훈련의 경우 감시망을 벗어나려는 피감시자 역할을 하는 교관의 이목을 끌지 않고 감시하는 법, 관찰하는 법, 잠재적 감시 대상을 포착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UAE 요원들은 예멘 같은 나라들에 배치되기 전이나 후에 전직 델타 포스 요원으로부터 운전과 사격 훈련을 받기도 한다. 다만 "미국에선 프로 자동차 경주 선수 수준으로 가르친다면 UAE에선 초보 운전 교습 정도"라고 포린 폴리시는 한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산체스의 이런 활동에 대해 효과성, 합법성, 미국의 국익 합치성에 관해 논란이 있으나, 합법성의 경우 미 정부 당국의 조사 결과 특별한 위법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미국에선 고도로 훈련받은 미국의 군사 혹은 정보기관원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해외에 제공할 때는 이 기술을 "수출품"으로 규정한 관련 법규에 따라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체스의 용역업체 CAGN 글로벌은 국무부로부터 기초적인 보안 및 정보 훈련에 대해 수출허가를 받았다.

포린 폴리시는 "UAE가 외국에 의지해 자국의 안보기관들을 구축하는 것은 새로울 게 없으나 미국의 민간 신분인 전직 정보기관원들을 활용하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며, 일부에선 불편해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인구 약 1천만 명인 UAE는 1960년대 석유 수출 시작과 더불어 중동의 가장 중요한 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한 나라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이며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체제이지만, 사회문화적으론 역내 가장 자유스러운 나라로 꼽힌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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