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곧 중국 군사기지"…트럼프 올해도 보고만 있을까

입력 2018-01-02 15:45
"남중국해 곧 중국 군사기지"…트럼프 올해도 보고만 있을까

"북핵 탓 작년 中 무임통행…중요한 시기에 美 후퇴"

"항공기·선박 정기왕래나 영해 선긋기 땐 美 반드시 움직인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지난해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집중하는 틈을 이용해 중국이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를 군사 기지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는데 올해 한 발 더 나아갈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중국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에 영해를 표시하는 직선기선을 선포해 갈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가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중국은 지난해 스프래틀리 제도에서 인공섬 29㏊를 넓히고 미사일 요새와 격납고 등 대규모 군사시설을 갖췄다.





이러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집중하면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필리핀대의 제이 바통바칼 해사법연구소장은 "남중국해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용한 접근 덕분에 중국은 지난해 아무 비용없이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은 중요한 시기에 (남중국해 문제에서) 후퇴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바통바칼 소장은 또 "중국이 그곳에 선박을 주둔시키고 무기를 배치하면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계획을 완성하고 남중국해를 영원히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남중국해에서 몇 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을 폈지만, 중국의 건설 프로젝트를 막지 못했으며 그 작전이 앞으로 중국이 취할 조치도 억제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보니 글레이저 CSIS 아시아 선임고문은 "항행의 자유는 완벽한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 현안을 올해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계획을 명백하게 밝힌 적은 없으나, 그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핵문제를 해결하도록 중국을 움직이는 방안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중국을 더 압박한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안보 전문가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은 "트럼프 행정부(백악관)와 달리 미 국방부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매우 걱정하면서 중국에 맞서 현안에서 더 공세적으로 나설 선택지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중국해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할지는 중국의 다음 행보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중국이 올해 남중국해에서 민간시설과 군사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항공기와 선박을 정기적으로 왕래하도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은 1996년 남중국해의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에 직선기선을 선언한 것처럼 스프래틀리 제도에도 직선기선을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섬들의 끝을 따라 선을 긋고 그 안을 영해라고 주장한다는 것인데 그 안에는 인접국들이 점유하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도 있어 첨예한 갈등이 불가피하다. 미국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밖에 없다.

또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중국이 필리핀과의 사이가 틀어지면 필리핀 영해에서 멀지 않은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다시 꺼내 들며 준설작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것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는 게 오랜 인식이다.

보니 글레이저 선임고문은 중국이 이런 조치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한다면 미국은 현 상태를 재고하고 남중국해 전략을 지금과 다른 '수동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레이저 고문은 "2018년에 중국이 행할 다음 조치를 저지하거나 그에 대응할 미국의 행위가 무엇이 될지를 둘러싼 생각이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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