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국·영국 대신할 중국·러시아 교역에 눈독
"미국 우선주의·느슨해지는 대서양동맹 따른 자구책"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프랑스가 미국 우선주의 격화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를 대비해 러시아, 중국과의 교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과 영국과의 교역 관계의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데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균형추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WSJ에 "배타적인 대서양과의 관계로 점철된 세계에서 재균형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즉, 프랑스가 유럽에서 러시아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무역 중추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달 중국 방문과 올해 상반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금융회의(IFC) 참석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의 첫 삽을 뜬다.
교역 지평을 넓히려는 프랑스의 움직임은 미국 우선주의로 인한 북대서양 동맹이 불협화음을 내면서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통상에서 자국 이익을 기준으로 기존 질서를 배척하고 있으며, 국내 법제 또한 유리한 쪽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르메르 장관과 다른 4개 유럽 국가 재무장관들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에게 미국의 법인세 정비가 미국 기업에 부당한 혜택을 주고 유럽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서한을 보냈다.
르메르 장관은 서한에서 "미국은 가까운 우방이자 유럽의 주요 통상 파트너이지만 우리는 어려움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이건 일상적인 편지가 아니라, 유럽이 자신의 힘을 확인할 필요성을 점점 더 느낀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주권국을 벗어난 지역의 활동까지도 제재하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도 비난했다. 러시아에서 사업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을 정부가 제재하도록 하는 법규를 지목한 것이다.
르메르 장관은 "이 같은 제재 때문에 미국이 사실상 세계 무역의 헌병으로 변할 수 있다"며 "이는 다자 국제기구를 지향하는 우리의 비전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미국의 통상정책에 불만을 품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자국 무역적자를 불공정거래와 동일시하는 심대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프랑스와 미국·영국의 교역 규모가 워낙 커 주요 교역 상대국을 중국·러시아로 대체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2016년 프랑스-미국·영국의 무역액은 1천195억 유로(약 153조2천121억원)로 프랑스-중국·러시아의 전체 무역액 791억 유로(약 101조4천212억원)를 훌쩍 넘어선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위축된 상태라는 점도 대체 작업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크림 반도를 강제 합병한 데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의 최대 외국 투자자로 프랑스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약 17만명의 내국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EU 제재 부과 이후인 2016년 프랑스의 대러시아 수입은 55억4천만유로(약 7조990억원)로 2014년 102억3천만유로(약 13조1천88억원)와 비교할 때 거의 반 토막이 됐다.
같은 기간 수출 역시 67억6천만유로(약 8조6천639억원)에서 48억9천만유로(약 6조2천672억원)로 줄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