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첫 여성 총장 직위해제…파면·해임 등 '중징계' 예고

입력 2017-12-27 16:09
인하대 첫 여성 총장 직위해제…파면·해임 등 '중징계' 예고

내달 징계수위 최종 결정…무혐의 빌미로 '중징계 부당' 주장 가능성



(인천=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한진해운 채권 투자 실패로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아온 최순자 인하대 총장이 재단 측으로부터 직위 해제됐다.

한진그룹 계열의 인하대가 올해 2월 한진해운 파산으로 130억원의 투자손실을 본 사실이 처음 확인된 이후 10개월 만에 의사 결정 최고 책임자에 대한 인사 조처가 내려진 것이다.

인하대 재단 정석인하학원은 사립학교법과 정석인하학원 정관 규정에 따라 최 총장을 직위해제하고, 교학부총장을 직무대행으로 인사 발령한다고 27일 통보했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58조와 정석인하학원 정관 제49조는 파면이나 해임, 정직 등의 징계 의결이 요구된 자의 직위해제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징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징계 대상자의 직위를 잠정 박탈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난달 재심에서도 최 총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데다 학교 구성원과 지역 시민단체의 퇴진 압박이 워낙 거세 재단이 정직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재단이 이미 내부적으로는 해임이나 파면 방침을 정하고도 최 총장에게 소명 기회를 주며 형식적 징계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6일 열린 최 총장에 대한 교원징계위원회는 징계수위를 정하지 못한 채 다음 달 16일 징계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 최 총장은 교육부의 제재로부터 대학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임이나 파면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하대는 전임 박춘배 총장 시절인 2012년 50억원, 최 총장 취임 직후인 2015년 80억원 등 학교발전기금 130억원으로 한진해운 공모 사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7일 법원의 한진해운 파산 선고에 따라 매입한 공모 사채가 휴짓조각이 되면서 투자액 130억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대학발전기금은 교육시설 확충과 학생복지 등에 써야 하지만,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계열사 회사채를 총장 책임 아래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확산됐다.

최 총장은 송도캠퍼스 용지 매입과 관련해서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대립하면서 위약금 시비를 초래해 학교 구성원들의 불신을 샀다.

또 지난해부터 교수와 학생들이 최 총장의 대학 운영 방식과 구조조정 강행에 반발해 집단 보직사퇴와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내부 대립이 심화하기 시작했다.

인하대 교수·학생·직원들은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난 4월부터 총장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재단 이사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 총장, 전·현직 사무처장 등 4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급기야 교육부가 7월 조사관을 파견해 인하대와 정석인하학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교육부는 9월 1일 최 총장 등 투자 실패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교육부는 인하대 측의 요청에 따른 재심에서도 중징계 요구를 확인, 재정 손실 책임이 관리자 의무를 위배한 최 총장에 있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와 학교 구성원들의 총장 퇴진 압박으로 막다른 길로 몰린 재단은 미루던 징계위원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새해 초로 미뤘다.

한때 최 총장이 전임 박 총장이 택한 자진사퇴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돌았으나, 현재로썬 그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박 총장은 2014년 대학구조개편에 따른 내홍으로 임기 1년 2개월을 남겨놓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최 총장이 징계위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소명하면서 정직 등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여전히 기대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총장이 직위 해제된 날 인천지검은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최 총장 등 인하대 관계자 4명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도 각하 처분했다. 최 총장이 이를 중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할 근거로 내세울 수도 있다.

인하대 사상 첫 여성 총장의 진퇴와 지루한 투자손실 책임 논쟁에 결론을 내릴 내달 징계위원회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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