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외무 "이란, 파시스트 정권"…이란 "보잘것 없다" 설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바레인 외무장관이 이란을 종교적인 극우 파시스트라고 비난한 데 대해 이란이 강하게 반박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칼리드 빈아흐메드 알칼리파 바레인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부차적인 이슈(예루살렘 선언)로 (아랍권이) 미국과 싸움을 택하는 건 부질없다"면서 "대신 우리 모두 명확하고 실재하는 '종교적 극우 파시스트' 이란 정권의 위험에 함께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주류 아랍 이슬람권은 친미 정권이 대부분이지만,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해버리면서 애매한 입장에 처했다.
21일 유엔 총회에서도 이들 아랍 이슬람권은 예루살렘 선언을 무효로 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알칼리파 장관은 공적인 이란에 맞서 미국과 공조하에 굳건히 유지됐던 대이란 공동전선이 자칫 예루살렘 선언으로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한 셈이다.
알칼리파 장관은 이에 그치지 않고 22일에도 트위터에 "우리는 극우 파시스트 이란에 최우선으로 맞서 영토를 지켜야 한다"면서 "동예루살렘을 주권 국가인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인정하는 2국가 해법을 달성해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역할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란 외무부는 23일 낸 성명에서 "당신(알칼리파 장관)은 영광스러운 역사와 문명을 보유한 이란의 존엄을 논하기엔 너무 보잘것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독립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이란의 존재는 외세(서방)의 보호 아래 다수 민중의 요구를 억압하고 범죄를 저지르기만 하는 바레인 지도자들에겐 진정 악몽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레인은 걸프 지역 가운데 사우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으로 평가된다.
바레인 지배층은 수니파지만 국민의 70% 정도가 시아파로 구성돼 종파적으로 불안정한 편이다.
바레인 정부는 이란이 종파적 유사성을 틈타 자국의 시아파 국민을 사상적으로 선동하고 반정부 무장투쟁을 배후에서 조종하려 한다고 보는 탓에 걸프 지역 수니파 군주정 가운데서도 이란에 대한 경계심이 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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