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통수사 관여한 FBI부국장에 즉각사퇴 압박

입력 2017-12-24 15:33
트럼프, 내통수사 관여한 FBI부국장에 즉각사퇴 압박

정치편향성 주장…"연금혜택 다받고 나가려고 버티냐" 트윗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설 수사가 이뤄지던 시기에 국장대행을 맡은 앤드루 매케이브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에게 노골적인 사퇴압박을 가했다.

매케이브 부국장이 석 달 뒤 연금혜택을 받으면서 은퇴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그동안 매케이브 부국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주장하며 하루빨리 FBI에서 나가기를 원해 왔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 트위터 계정에 "어떻게 제임스 코미(전 FBI 국장)와 함께 힐러리 클린턴 수사를 책임졌던 앤드루 매케이브 FBI 부국장의 부인이 선거기간 클린턴 꼭두각시들로부터 70만 달러를 후원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매케이브 부국장의 부인 질 매케이브는 2015년 주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당시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 정치활동위원회와 버지니아 민주당 조직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

매컬리프 주지사는 힐러리 클린턴은 물론 그의 남편인 빌 클린턴 시절부터 후원자로 활동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또다시 "(매케이브가) 모든 연금혜택을 받고 은퇴하기까지 90일이 남았다고?"라며 공개적으로 매케이브 부국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매케이브 부국장이 90일 후에 은퇴할 계획이며, 이로써 연금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매케이브 부국장은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설,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전격 해임된 뒤 국장 직무대행을 맡은 인물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의 경질로 수사에 불공정하게 입김을 넣는 불법행위인 사법방해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관계자들을 그동안 매케이브 부국장이 하루빨리 FBI에서 나가는 것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다만 그가 명백한 범법행위나 잘못이 없으면 해고할 수 없는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돼 왔다.

트럼프는 지난 7월에도 트위터에 매케이브 부인이 클린턴 측으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점을 지적하면서 "왜 세션스 법무장관은 매케이브 부국장을 교체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한 적이 있다.

공화당은 FBI 조직원들이 '안티(anti) 트럼프' 성향을 갖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로버트 뮬러 특검팀에서 일하던 FBI 요원인 피터 스트르조크와 FBI 변호사였던 리사 페이지는 문자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바보", "혐오스러운 인간" 등으로 묘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FBI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FBI에 대한 비난을 계속 쏟아내자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7월 임명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조직 내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고 법과 사실에 따라 공정한 정의를 추구하겠다며 조직 추스르기에 전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에서 FBI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소신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언론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비난 때문에 FBI의 사기가 떨어졌다고 전·현직 요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고위직 요원들은 언론에 이름이 등장하면 비난 표적으로 지목될 것이라고 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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