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연기', 정세변화 단초될까…北호응 전망 엇갈려(종합)
전문가 "美 '3월 데드라인' 언급 상황서 마지막 카드 사용"
"한미 공감있었을 것"…정부 관계자 "북한 반응 기다려봐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평창올림픽 기간까지 도발을 멈추면 한미합동 군사훈련 연기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내년 초 한반도 정세에 변화의 단초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반길 것이고, 미국에서도 최소한 대북 대화파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라며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한반도 정세 변화를 위해 의미 있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그동안 평창올림픽을 전후로 해서 어떻게든 북한 핵문제의 돌파구를 한국 주도로 만들려고 사전 정지작업을 해왔는데, 한국으로서는 거의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내년 3월을 북한 핵·미사일 개발 완성의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평창올림픽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내년 봄 한미군사훈련의 규모는 몰라도 시기는 4월 정도로 옮긴다는데 대해 한미간에 공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평창올림픽 때까지 본격 협상은 아니더라도 본격 협상으로 가기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데 대해 한미간에 교감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며 "미국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대통령이 그것을 근거로 발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도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한미 연합훈련 연기 방안에 관해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연합훈련에 관한 동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사는 "우리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원하며 이를 지원할 것을 동맹국에 약속했다"고 강조해 한미 연합훈련 연기 방안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연합훈련을 미룰 경우 한미 군이 매년 3월 무렵 해온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 연습은 평창동계올림픽(2월 9∼25일)과 패럴림픽(3월 9∼18일) 이후인 4월 중순 이후에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연기를 사실상 연동시키는 방안에 대해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및 핵·미사일 발사 잠정 중단으로 화답하고 진지한 대화에 적극성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올림픽 참여와 관련해 '몸값 올리기'를 하고 있는데, 참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또 다른 실험을 당장 할 이유는 없을 것이어서 당분간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 단계에서 북한도 '이제는 충분한 억제력을 갖추고 힘의 균형을 이뤘다'고 자평하면서 미국과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식으로 (김정은) 신년사에서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교수도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 스케줄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 등을 중단하려면 무엇인가 '명분'이 필요한데,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신범철 교수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은 높다고 보지만 (훈련연기 카드가) 북핵 문제에까지 영향을 줄지는 불투명하다"며 "대화가 성사되려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지 않고 모호성을 보여야 하는데, 북한이 최근 군수공업대회에서 핵무력 강화를 강조한 것 등으로 미뤄볼 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jhcho@yna.co.kr,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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