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④ 농어촌·농공단지 "취지엔 공감…임금지원 필요해"

입력 2017-12-20 07:00
[최저임금 인상] ④ 농어촌·농공단지 "취지엔 공감…임금지원 필요해"

"인상분 어떻게 감당하나…지원책, 농가 현실과 동떨어져"

"상생취지 공감…업종 특성 고려한 법 적용 방안 모색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다 같이 잘 살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어획량도 예년 같지 않은 마당에 갑작스러운 임금 인상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기존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16.4% 인상되면 농·어촌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작업이 많은 작업 특성상 인력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납품 단가 인상도 쉽지 않아 자구책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오징어 채낚기와 붉은대게 통발어선들이 많은 강원 동해안 일대는 3D 업종 취업 기피 현상으로 승선 인원의 절반을 외국인 선원들로 채우고 있다.

강원 속초 붉은대게통발협회에는 선박 15척이 소속돼 있으며 70여 명의 외국인 선원이 고용돼 있다.

이들의 초임은 월 130만 원으로, 회당 10만 원의 항차수당과 별도 지급하는 담뱃값을 더하면 월 200여만 원 수준이다.

외국인 선원 5명을 고용한 한 선주는 "어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출어경비는 갈수록 상승하고 어획량도 예년 같지 않아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어민을 위한 정부 차원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참돔 등을 양식하는 가두리양식장이 많은 경남 통영도 사정은 비슷하다. 내국인을 구하기 힘들어 통상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서 온 양식장 관리자 2∼3명을 고용한다.

월 140만 원 수준의 월급과 숙식 지원을 하는데, 도시와 동일하게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는 게 불합리하게 느껴지지만, 인력 유출을 막으려면 임금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번기 외국인·도시 일용직 근로자 고용이 일상화된 농촌도 고민에 빠졌다. 멀리서 젊은 근로자들을 부르려고 최저임금보다 많은 일당을 지급하고 있어 직접적인 인상 대상은 아니지만, 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의 대표적 평야 지대인 김제 만경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 모(49) 씨는 일손이 부족한 수확철에 마을 주변에 사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왔다.

김 씨는 내년 최저임금 기준이 오르면서 일당을 한 명당 1만 원 정도는 올려줘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주(9.8%)에 이어 전국에서 각각 두·세 번째로 다문화 혼인 비중이 큰 전남(9.4%)과 전북(8.6%)에서는 농촌 지역 외국인 근로자 고용난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 씨는 "청년인구 부족으로 인접 마을에 사는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을 농사일에 고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일손이 부족해 벼를 옮기는 잡일을 주로 맡겼는데 인건비가 오르면 다른 농가와 두레나 품앗이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숙련도에 따라 일당 7만∼10만 원을 지급하던 전남 무안 양파 농가와 9만 원 안팎 품삯을 지급해온 경북 안동의 사과 농가들도 비슷한 걱정을 호소했다.

정부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통해 영세 농가에 최저임금 지급을 보전하겠다고 했지만, 영세 농가와는 동떨어진 조건들을 내세우고 있다고 농민들은 지적했다.

정부 지원 대상이 되려면 법인으로 등록돼 있고 고용보험에 가입된 30인 미만 사업자여야 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충남도 내 30인 미만 사업체 수는 2015년 기준 6만8천 개, 종사자 수는 34만 명"이라며 "해당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하고 있지만, 법인이 아닌 곳들에 대한 파악도 어렵고 구체적이 매뉴얼이나 통계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 지역 영농조합법인들과 농공단지 내 기업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500명 넘는 일자리를 창출한 친환경 식품 가공·유통단지인 구례 자연드림파크는 7천700∼8천300원 수준인 시급을 정부 인상률과 비슷하게 맞춰 1만 원 가까이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연드림파크 관계자는 "원청인 대기업이 외주비용을 인상하는 등 상생 방안을 추진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는 그럴 여유는 없지만, 현장 시급직 임금을 올리는 대신 연봉직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방안, 생산성 강화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장아름 박주영 이강일 이정훈 이종건 정경재 기자)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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