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 송환 합의하면서도 로힝야 마을 계속 파괴"

입력 2017-12-19 11:06
"미얀마, 난민 송환 합의하면서도 로힝야 마을 계속 파괴"

8월부터 현재까지 354개 마을 불타…집단학살 무덤도 발견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얀마가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의 송환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로힝야족 마을에 대한 파괴행위를 계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전날 미얀마 북부 라카인 지역 마을 1천여곳의 위성영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이 지역에선 로힝야족 난민 송환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한 올해 10월 이후에도 최소 40개 마을이 방화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행위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가 난민 송환 개시에 합의한 지난달 23일 전후까지 계속됐다.

HRW은 "합의 전후 한주간 파괴된 건물만 수십채"라면서 "같은달 25일에는 마웅토 지역 묘미창 마을이 불타는 장면이 확인되는 등 11월 25일부터 12월 2일 사이에만 마을 네 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힝야족 난민 사태가 본격화한 올해 8월말 이후 현재까지 파괴된 로힝야족 마을의 수는 354곳에 달한다.



브래드 애덤스 HRW 아시아지부장은 "미얀마군이 방글라데시와의 난민 송환 협상 합의 전후까지 로힝야족 마을을 파괴한 것은 난민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한다는 말이 한낱 대외홍보용 술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미얀마가 인종청소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가 돌아오는 난민을 임시로 난민촌에 체류시키기로 한 점도 불신을 키우는 이유가 되고 있다.

미얀마 당국은 지난 2012년 불교도와 무슬림 간 유혈충돌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로힝야족 난민들을 내국인 난민(IDP) 수용소에 수용했지만,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박탈한 탓에 사실상의 감금이란 비판을 받았다.

미얀마군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라카인주의 주도인 시트웨 북쪽 50㎞ 지점에 있는 인딘 마을의 묘지에서 집단학살 희생자들을 묻은 무덤이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방글라데시에 머무는 로힝야족 난민 상당수는 난민 캠프의 열악한 환경에도 선뜻 귀국을 선택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18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청소는 없었다는 미얀마 정부의 입장과 달리 현장에서 확보된 증거는 "집단학살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미얀마군이 조직적, 계획적으로 인종청소를 진행한 정황이 보인다면서 미얀마의 최고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등을 상대로 누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 사태를 취재하던 로이터 통신 소속 현지인 기자 두 명을 이달 12일 체포해 기소하는 등 이번 사태를 문제시하는 여타 국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는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 사회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로힝야족은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오랫동안 박해와 차별을 받아왔으며, 로힝야족 반군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8월 두 차례에 걸쳐 핍박받는 동족을 지키겠다며 경찰 초소를 급습했다.

미얀마군은 라카인주를 봉쇄한 채 대규모 토벌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65만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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