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제대로 쓰일까" 회의감에?…연말 개인기부 급감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 실적 작년 동기 78% 수준
취약계층 연탄 나눔 사업도 후원금 줄고 연탄 가격 올라 '비상'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연말연시면 불우한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기부 민심'이 발동한다. 그러나 이번 겨울의 '기부 민심'은 예전 같지 않다. 개인 기부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다.
희소병을 앓는 딸을 위해 전달된 기부금으로 호화생활을 한 이영학 사건과 기부단체가 기부금 12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건은 '기부 민심'을 잔뜩 움츠리게 했다.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의심을 하거나 기부단체를 불신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청주시 서원구의 김모(30)씨는 14일 "매년 10만∼20만원정도 기부하는 편인데 기부금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는지 회의감이 든다"면서 "올해도 기부를 하긴 했지만,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2017년(내년 1월 포함) 모금액 66억원을 목표로 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모금액은 16억2천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77.7% 수준에 머물렀다.
이 추세라면 목표액 달성이 어렵다고 느낀 공동모금회는 긴급하게 기업들의 기부 참여를 독려해 지난 12일 모금액 20억원을 가까스로 돌파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난해 동기보다는 2억원가량 모금액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알려지면서 개인 기부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기업이나 단체 참여를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연탄은행은 올해 후원금이 감소한 데다 연탄 가격까지 상승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 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가 개정돼 연탄의 공장도 가격이 최고 19.6% 인상됐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연탄 구매비용은 더 늘어난 상황에서 후원은 되레 줄었다"면서 "한 가정에 200장씩 제공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연탄을 공급받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탄은행은 이번 겨울 들어 지금까지 연탄 8만200장을 취약가구에 제공했다. 지난해는 12월까지 13만4천장의 사랑의 연탄이 배달됐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이번 겨울 20만장의 연탄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연탄은행은 예상했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의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12일 현재 한적 충북지사가 모금한 금액은 3억2천200여만원(특별회비 제외)로 지난해보다 920만원 가량 적다.
한적 관계자는 "올해는 충북의 수해나 포항 지진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어느 때보다 많다"면서 "믿을 수 있는 기부 기관을 찾아 따뜻한 정을 나눠달라"고 호소했다.
logo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