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보다 중요한 건 선거공약' 트럼프식 외교정책

입력 2017-12-11 11:42
'국익보다 중요한 건 선거공약' 트럼프식 외교정책

재선 목표 지지층 약속 이행 최우선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십 년간 지속해온 역대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뒤집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은 국가이익보다는 선거공약을 중시하는 특유의 정치 스타일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각)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예상 밖 결정이 국가안보상의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있거나, 취임 이후 추진해온 중동평화 달성 전략의 일부인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단지 선거공약 이행을 우선시하는 특유의 파격적 사고를 각인시켜줬을 뿐이라고 WP는 절하했다.



데이비드 새터필드 국무부 중동담당 차관보대행은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의 당위성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해온 궁극적인 중동평화 협상의 달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새터필드는 현시점에서 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우선 신념은 그가 확실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자신은 신념에 따라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동맹들과의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분담, 무역협정, 기후변화협약, 이란핵합의, 이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비타협적인 미국 우선의 고립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이러한 개인적 신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그의 강경정책을 지지하는 계층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의회 등 국내 정치권의 지지가 핵심으로 예루살렘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지도력 저하 등에 관한 고려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린디.

예루살렘 건도 중동평화 전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국내 정치권 내부 사정에서 촉발된 것으로 핵심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지지층에 대한 선거공약을 이행했다는 점이다.

부유한 보수계 유대인 기부자들과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표를 준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그들로, 특히 다음번 재선에서도 공약을 기반으로 동일한 지지 양상이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외정책 이니셔티브의 토대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를 지낸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국가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트럼프의 포퓰리즘은 적을 찾아 기성 정치에 불만과 조급증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올터만 수석부회장은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며, 기존의 지혜를 거부하는 즐거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또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예루살렘 결정과 같은 것은 전략적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스타일과 본능의 문제라면서, 트럼프는 아마도 지난 3년간 자신이 이례적으로 재능을 타고났으며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해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이 기존의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를 해왔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 세계문제위원회의 아이보 달더 회장도 이에 대해 "모든 것이 사실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가 미국의 세계정책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달더 회장은 트럼프가 지난 1987년 뉴욕타임스 전면광고를 사들여 미국이 타국에 무임승차를 허용하면서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비난한 점을 지적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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