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중국·베트남식 北개방 목표' 美에 직접 설명"
당시 보스워스 美대사 '1차 남북정상회담' 국무부 보고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으로 북한 개방을 이끌고 싶다는 뜻을 미국 측에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를 종합해 이같이 전했다. 당시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는 2000년 5월 2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워싱턴 국무부에 보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보스워스 전 대사에게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50여 년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소박(modest)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시장경제 원칙을 수용하고, 더 개방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또 다른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북한을 이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통일에 대해서는 "훨씬 더 장기적인 목표"라며 "당장의 목표는 평화공존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한·미 공조체제를 거듭 강조하면서 언제든 자유롭게 전화해달라고 당부했으며, 보스워스 전 대사도 "남북정상회담은 대단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며 화답했다.
국가안보문서보관소는 "김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워싱턴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고, 특히 북한의 개방모델로 중국식 또는 베트남식을 언급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김 전 대통령은 중국 또는 베트남을 '북한 개방의 롤모델'로 거론해왔다. 이런 속내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 직접 설명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인 2007년 프랑스 일간 르 몽드에 "북한 체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중국 또는 베트남의 자취를 따라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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