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北 ICBM 도발로 오히려 대화 가능성 내비쳐"
전문가들, 북한 "과업 달성" 선언에 협상국면 전환 기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북한이 지난 29일 '화성-15형'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또다시 도발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북한의 대화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북한이 내놓은 중대 보도 등에서 다소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국면 전환을 기대하는 근거다.
2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싱크탱크 독일 마셜펀드(GMF)의 북한 전문가인 로라 로전버거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억지력을 달성할 때까지 협상할 준비가 안됐다고 예상했다"며 대화 가능성을 점쳤다.
북한이 '화성-15형'의 성공적 시험발사를 통해 이런 핵 억지력을 입증한 만큼 이제 대화에 임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북한은 시험 직후 중대 보도를 통해 화성-15형 시험발사의 성공을 발표하고 "오늘 비로소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이 사용한 표현 등을 볼 때 이제 북한 정권이 협상에 임하려 한다고 해석이 나왔다.
랄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일단 우리가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 안에 두고 있다는 점을 믿으면 북한도 대북 제재 해제를 대가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동결까지는 아니어도 실험 동결은 의논하려들 것"이라며 국면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로젠버거도 북한이 기술적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느끼면 좀 더 대화 여지를 열어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길 원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화 목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그간 미국의 전직 관리들을 통해 동등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 정부는 이를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차관도 북한이 "협상 테이블을 세팅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셔먼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국제 핵 비확산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이 참석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정책이나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강경 노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북한 쪽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행간 사이에 많은 뉘앙스가 있어 다수의 참석자들은 이를 대화를 위한 일종의 준비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올해 지속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자체도 협상에 앞서 보다 강력한 지위를 점하려는 시도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화성-15형'이 북한의 주장처럼 기술적으로 진일보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한은 화성-15형에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지, 대기권 재진입 시 이상이 없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미래공학연구소의 미사일 개발 전문가인 고이즈미 유는 "이정표인 것은 분명하나 완성되지 않았다"며 북한이 아직 결승선에 이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CEIP)의 토비 달튼 부국장은 "그러면야 좋겠지만 이런 신호가 북한이 대화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근거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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