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재개발지 도로망 구축 스톱…시민불편·세금허비 우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항만공사가 시행하는 북항재개발지역 내 도로망 구축 작업이 2년이나 전혀 진척 없이 멈춰있다.
이 때문에 원도심과 재개발지역 사이 간선도로인 충장로 일부를 지하차도화하는 공사 기간에 시민이 큰 불편을 겪고 임시 우회도로를 내느라 많은 세금이 허비될 처지에 놓였다.
3일 항만공사에 따르면 북항재개발지역 내에는 폭 40m의 간선도로와 여러 개의 지선도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위한 다리 8개가 건설하도록 계획돼 있다.
전체 도로망 가운데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일대만 2015년에 완공됐을 뿐 나머지 구간은 아직 공사를 시작도 못 했다.
국제여객터미널~1부두 구간은 애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에 준공해야 한다.
1부두~수미르공원 구간은 2019년까지 준공하도록 계획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도로가 생길지 기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로망 구축이 늦어지는 것은 우예종 항만공사 사장이 간선도로가 지나갈 2부두와 수미르공원 사이 공유수면 매립 불가를 주장하며 대안을 찾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우 사장은 환경훼손을 막고 해안선을 최대한 유지하려면 도로 노선 자체를 바꾸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전문가들의 검토와 교통영향평가 등 관련 도시계획심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 도로망 계획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지역 도로망 구축 지연으로 비상이 걸린 곳은 부산해양수산청이다.
재개발지역 접근성을 높이고 이 일대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려고 내년 하반기에 착공할 충장대로 지하차도 건설 기간 교통량 처리 때문이다.
부산해수청은 1부두에서 국제여객터미널 부근까지 충장로 2㎞ 가운데 1.9㎞에 지하차도를 만들어 재개발지역으로 가지 않는 차량은 지하차도로 곧장 통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2천100여억원이 투입될 이 공사에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사 기간에는 충장로 양쪽 1~2개 차로를 제외하고는 차량통행이 불가능해 충장로를 이용하는 하루 수만대의 자동차 대부분이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재개발지역 내 도로망이 애초 계획대로 구축됐다면 그쪽으로 차들을 우회시키면 된다.
항만공사는 공유수면 매립 대안을 찾지 못한 2부두~수미르공원 구간을 뺀 나머지 도로를 내년 9월께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준공까지 2년 6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에 충장로 지하차도 공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부산해수청은 충장로를 이용하는 차들을 중앙로와 영도(부산항대교)로 돌아가게 하거나 항만공사와 협의해 재개발지역 내에 임시 우회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로와 영도지역 도로는 지금도 혼잡해 충장로 지하차도 공사 기간에 우회 차량이 몰리면 도심 전체가 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북항 재개발지역 안에 임시 우회도로를 만들면 중앙로 등 다른 도로의 혼잡은 덜하지만 상당한 공사비를 추가로 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임시도로를 내고 공사가 끝난 뒤 포장재 등을 철거하는 데 1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추정된다.
재개발지역 내 도로망이 제때 구축됐다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으로 그만큼 국민 세금을 허비하게 되는 셈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매립을 최소화해 해안선을 최대한 살리면서 도로망도 애초 계획대로 구축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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