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2년+1주일' 입시지옥 벗어난 수험생들 "드디어 해방!"

입력 2017-11-23 17:46
[수능] '12년+1주일' 입시지옥 벗어난 수험생들 "드디어 해방!"

사상 초유 지진연기…"이제야 족쇄 풀렸네요"

학부모들 눈물 글썽이며 자식 기다려…일부 수험생 "논술 준비해야죠"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일주일 더 채워졌던 족쇄가 이제야 풀렸네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23일 오후,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탓에 입시지옥을 12년 하고도 1주일 더 겪은 수험생들은 대체로 후련한 표정으로 고사장을 나섰다.

이날 오후 4시 15분께 서울 중구 이화외고 앞에는 수험생보다 심란한 표정을 한 부모 20여명이 핫팩이나 유자차로 언 손을 녹이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큰딸을 기다리던 지명희(48·여)씨는 "아이가 고생한 것도 있고, 열심히 했으니 고맙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시험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 지진 걱정 없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함께 나와 스마트폰으로 수능 관련 기사를 검색하던 한 학부모는 "언니가 시험을 잘 쳤어야 하는데, 시험 어려웠으면 어쩌지"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강남구 개포고 앞에서 재수생 장남을 향해 막바지 응원을 보내던 류재순(48·여)씨는 "지진으로 수능이 1주일 늦춰진 데다 집안에 우환이 있어 걱정했는데 아들이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 믿음이 간다"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쇠 긁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교문이 열리자 학부모들의 긴장이 극에 달한 표정으로 목이 빠져라 학교 건물 입구 쪽을 바라봤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자 자녀 얼굴을 찾느라 분주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시험이 어려웠는지 굳은 표정으로 고사장을 빠져나갔지만, 대부분은 길었던 수험생 기간을 끝낸 게 기쁜 듯 해방감에 가득 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종로구 동성고에서 시험을 본 양모(19)군은 "학창시절 내내 '수능 수능' 하며 살았는데 시험이 일주일이나 미뤄져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족쇄가 풀어진 것만 같다"며 씩 웃었다.

이화외고에서 시험을 치른 백지수(19)양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 이번 주말에 아무리 추워도 무조건 친구들과 함께 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친구와 함께 귀가하던 전세연(18)양은 "일단 시험 치느라 너무 배가 고프다"라며 익살을 부린 뒤 "12월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겠다"고 말했다. 전 양의 친구는 "시험이 끝났으니 일단 머리 염색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유흥을 즐기기보다는 일단 집에서 편하게 쉬고, 논술 등 준비에 주력하겠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중산고 3학년 박모(19)군은 "일단 오늘은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을 먹고 푹 쉬어야겠다. 이제 논술 준비해야 해서 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미대 지망생이라는 재수생 유모(20)씨는 "어차피 내일부터 실기시험 준비해야 해 못 논다"면서 "오늘은 가족과 외식하고서 푹 쉬겠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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