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속된다…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을 영화로"

입력 2017-11-23 16:23
수정 2017-11-23 19:45
"삶은 계속된다…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을 영화로"

'국경없는영화제 2017' 맞아 방한한 조앤 리우 국제회장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모두 현장에 파견 갈 수는 없잖아요.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인도적 지원은 어떻게 제공되는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구호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들이 국내 관객에게 선보인다. '국경없는영화제 2017' 개막을 앞두고 방한한 조앤 리우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분위기를 밀도 있게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가까이서 고통받고 있는지 느끼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로힝야족 난민 사례를 들며 구호를 필요로 하는 재난상황이 한국 관객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민족이 전부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6주 만에 62만 명이 집을 떠났어요. 목숨을 위해서 모든 걸 버려야 하는 상황이죠. 인간은 결국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캐나다 출신 소아과 의사인 조앤 리우는 1996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와 아이티 지진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벌였고 케냐·소말리아 등지에서 난민들을 돌봤다.

리우 회장은 아이티 지진 당시를 떠올리며 "정형외과에 전문성이 있으면서 제왕절개수술과 맹장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뤄진 외과수술의 절반이 제왕절개수술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위기를 맞았다고 해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건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분쟁지역이나 위기상황에서도 삶은 계속된다"고 했다.





다음달 1∼3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일반 시민뿐 아니라 앞으로 구호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에선 해마다 20명 정도의 활동가가 현장에 파견된다. 전세계 활동가가 3만 명가량인 데 비하면 참여가 활발하지는 않다.

상영되는 다큐멘터리 4편은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영역을 골고루 조명한다. 윤지현 국경없는영화제 준비팀장은 "무력분쟁, 전염병 창궐, 의료 사각지대 등 활동 전반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이라며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인도주의 구호활동의 딜레마와 한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개막작인 '리빙 인 이머전시'는 라이베리아·콩고민주공화국의 무력분쟁 현장에 파견된 활동가들의 험난한 여정을 기록했다. '어플릭션'은 2015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현장을, '피 속의 혈투'는 에이즈 관련 의약품의 남반구 반입을 막는 서방 제약회사들과의 싸움을 담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운영기금의 95%를 개인·기업 후원으로 조달한다. 하지만 제약·무기·채굴업체의 지원은 거부한다. 활동의 목적과 반대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제의 티켓 판매 수익금은 모두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된다. '피 속의 혈투'를 연출한 딜런 모한 그레이 감독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이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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