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특사 '빈손' 귀환·北 테러지원국 재지정…멀어진 국면전환
테러지원국 지정에 반발할 北, ICBM 추가 도발시 정세 급랭 불가피
연말까지 북핵 관련국 숨가쁜 외교일정 주목…돌파구 마련 쉽지 않을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미국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에 갔던 중국의 특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한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국면 전환의 기대가 제기됐던 한반도 정세는 다시 '시계제로' 상태로 돌아간 양상이다.
우선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는 결국 '북한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2개월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그 의도를 알 수 없을 뿐더러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최대의 제재와 압박' 국면을 더 끌고 가겠다는 미국의 의중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테러지원국 지정에 바로 나서지 않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특사인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일정 종료(20일)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지정한 것은 결국 중국 특사가 소기의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정보를 입수한데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21일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 기간 군사 옵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고, 국제사회와의 조율하의 압박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결국 군사적 옵션은 거두어들이는 대신 제재·압박 강화에 무게를 두고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 강화 기조가 확인된 만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일차적인 관건은 2개월여 이어져 온 북한의 '도발 침묵'이 깨질지 여부다.
이미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른 추가 제재가 줄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불량국가' 낙인 효과는 결정적일 것이기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북한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점, 엔진 실험 실시 정황 등을 들어 북한이 연내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날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기도 했다.
진전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다음 단계 도발에 나서거나, 위성 발사 명목의 장거리 로켓 실험으로 미사일 역량 강화의 내실을 다지는 등의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고유환 교수는 "이번 미국의 조치는 국제사회로 북한을 유도하기보다는 봉쇄를 통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신호이니 북한이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과거 유엔 제재가 있을 때마다 핵·미사일 고도화와 관련한 실험을 해왔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로 북한이 ICBM 관련 실험이나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연말까지 이뤄질 북핵 관련국들의 연쇄 협의가 북핵 외교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21∼23일 방중에 따른 한중 외교장관회담, 27일 서울에서 있을 한-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이달 말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이후 한중 정상회담 등 연말까지 북핵 문제를 주 의제로 다룰 외교 일정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각국은 일차적으로 상황관리를 목표로 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의 단초를 찾아 나서겠지만 북미가 '강 대 강'의 갈등으로 내달릴 경우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북미 양측이 자기 조건에 맞춰 대화하려는 것인데 간극이 너무 크다"며 "미국은 궁극적 비핵화를 위해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고 북한은 더 이상 핵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인데, 입장 조율이 쉬워보이진 않는다"며 "한반도 긴장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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