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으로 들여다본 한국사회… 신간 '감정 있습니까?'

입력 2017-11-16 09:58
수정 2017-11-16 14:12
'감정'으로 들여다본 한국사회… 신간 '감정 있습니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감정'은 흔히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다. '감정노동', '혐오사회', '분노조절장애' 등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는 감정의 문제다.

신간 '감정 있습니까?'(은행나무 펴냄)는 감정과 관련된 사회 현상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책이다.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에 소속된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감정인 연애 감정과 혐오, 시기심, 수치심, 공포, 분노, 애도(우울), 그리고 현대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감정 코칭, 감정 방어, 감정 노동까지 총 10개 키워드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몸문화연구소 소장인 김종갑 건국대 영문학과 교수는 지금 가장 문제가 있는 감정인 혐오에 관해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과거 혐오는 정치적이거나 집단적이기보다는 심미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이었지만 2005년 이후 구호나 선언문처럼 정치화의 노선을 달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혐오감은 음식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본다. 여성을 음식에 비유해 '먹는다'라고 표현하는 고전적인 방식에서 여성 혐오의 연원을 찾기도 한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여성 혐오는 여성을 대상화하고 심미화하며 품평하는 남성적 욕망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 임지연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수치심에 주목한다. 세월호 사건 앞에서 수치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국가의 지도자, 선장, 해경이었지만 이들은 잘못이 없다고, 죄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부여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고 사태를 윤리적으로 책임지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임지연은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죽음을 '나'의 책임으로 느끼는 이들이 증언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수치심의 윤리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권력가로부터 부여받은 수동적인 수치심이 아니라, 스스로 '나'의 것으로 삼은 수치심은 나와 사회를 성찰하게 하고 연대하게 해 개인과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96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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