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亞순방서 '사적 친분쌓기' 주력…실질 성과는 없어"

입력 2017-11-15 11:09
"트럼프, 亞순방서 '사적 친분쌓기' 주력…실질 성과는 없어"

WSJ "중국 투자계약은 확약 아냐…새로운 대북제재도 말만 한 것"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아시아 순방에서 초청 국가 정상들과의 개인적인 친분 쌓기에만 주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이 14일 진단했다.

일본에선 아베 신조 총리와 골프 회동을 하고, 한국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비무장지대(DMZ) 동반 방문을 시도하는 등 가는 곳마다 해당국 정상과의 개인 친분 쌓기에 공을 들인 가운데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꼽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자금성에서 경극 공연을 관람하고, 톈안먼 광장에선 의장대를 사열하는 등 친분 쌓기에 주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중국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약은 확약이 아닌 의향을 보여주는 신호 수준이었다는 점, 중국의 대북제재 약속도 말로만 이뤄진 것으로 미국의 압박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먼저 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순방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천착한 아시아 국가와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뒤로 미뤄둔 채 순방국 정상들과 관계 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마지막 일정을 장식했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인 성과는 별로 없이 아시아 주요 국가 정상들과의 '친밀감'을 들고 귀국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아시아 정상들과의 친분쌓기에 만족한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 다음 순방까지 계획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한 참모는 다음 아시아 순방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WSJ에 전했다.



이번 순방에 대해 미라 랩 후퍼 예일대 폴 차이 중국센터 선임연구원은 "정책이 아닌 메시지가 더 기억에 남을 순방이었다"고 평가했다.

순방을 마치고 필리핀 마닐라를 떠나면서 기자단에 "진짜 훌륭한 12일이었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었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안을 개인 친분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중국의 지원을 두 차례나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면서 "시 주석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했는데 이는 "시 주석과의 관계를 과도하게 개인화한 것"이라고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관료인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꼬집었다.



그러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추후 직접적인 무역 협상에 돌입할 때를 대비해 기반을 닦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문제에 관해서도 "북한이 보유 무기와 관련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줄 동맹국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에서 개인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오히려 그가 아시아에서 거래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아시아 정책 전문가들의 시각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방문하는 곳마다 다른 무엇보다 거래를 원하고 양자협상을 체결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쳐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존슨 전 미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가는 "테이블에 분명한 거래 제안을 올려놓기는 했지만 이를 받아들일 상대가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따라서 그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뒤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국의 무역 정책이 더 거칠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무역 문제에 있어 강경 대응을 시사했지만,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은 앞서 탈퇴한 미국을 제외한 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하며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맞섰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실제 무슨 성과를 거뒀는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때 미국 경제를 유린하는 존재로 비판했던 중국에선 시장 개방에 대한 그 어떤 확실한 협약도 끌어내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아시아 국가들의 독자적인 TPP 추진 앞에서 무색하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go-it-alone) 접근방식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주창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세계의 통합된 노력 요구마저 약화할 수 있다고 NYT는 꼬집었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엇갈린 메시지는 아시아의 동맹들이 미국의 지속적인 힘을 확신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이 아닌 중국이 이 지역 어젠다를 끌고간다는 관념을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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