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정농단' 항소심도 유죄, 박 前대통령 재판 나와야

입력 2017-11-14 17:43
[연합시론] '국정농단' 항소심도 유죄, 박 前대통령 재판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된 주요 피고인들에게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는 최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과정에 개입한 이대 최경희 전 총장과 김경숙 전 학장에게 각 징역 2년, 최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처럼 최씨와 최 전 총장 등 이대 교수들이 정씨의 입학과 학사 관리에 특혜를 주기 위해 공모한 점 등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도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이번 항소심 판결은 1심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내린 근거들을 대부분 인정했고, 특히 형량을 감경하지 않고 대부분 원심 형을 그대로 인정했다. 법원이 국정농단 게이트 수사와 공소유지를 해온 특검의 손을 다시 들어주고, 엄벌 의지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은 정씨의 이대 특혜 입학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법과 절차를 무시했고, 또 원칙과 규칙을 어겼다"면서 "사회 공정성에 대한 국민 전체의 믿음과 신뢰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특히 최씨에게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원칙과 규칙 대신 강자의 논리부터 먼저 배우게 했다"고 지적했고, 최 전 총장 등에게는 "스승으로서 제자들에겐 공평과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는 부정과 편법을 쉽게 용인해버렸다"고 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딸을 대학에 보내려는 '삐뚤어진 모정'에서 시작된 최씨의 범행과 대학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고 부정에 가담한 이대 교수들을 준엄하게 나무란 것이다. 문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연금공단이 압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따로 판단하지 않은 1심과는 달리 청와대의 개입이 문 전 장관의 범행 동기였다고 인정했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바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삼성 합병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라는 점에서 문 전 장관 항소심 판결은 두 사람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항소심에 이어 15일에는 최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내려진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씨에 대한 선고 결과는 박 전 대통령의 일부 관련 혐의에도 유무죄를 가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은 지난 9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 씨에게 대법원이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고, 다른 상당수 관련자도 항소심이 진행되는 등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지난 10월16일 박 전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이 정치보복이라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한 달 가까이 공전 중이다. 그 여파로 삼성그룹을 협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원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인사들에 대한 재판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새로운 주장이 나오는 형국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신속한 재판은 물론 국정농단의 실체 규명을 위해서라도 재판에 다시 나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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