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반도체 뇌종양 산재 인정해야…2심 재판 다시 하라"(종합)
1심 "산재인정"→2심 "산재 아냐"…대법 파기환송으로 산재 인정유력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이외 뇌종양 산재 인정 취지 대법판결은 처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2012년 숨진 삼성전자 전 노동자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려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한 취지의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고(故) 이윤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장과 이와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망인과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망인이 퇴직 후 7년이 지난 다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는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1997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들어갔다. 그는 반도체 조립라인 검사공정에서 일하다 6년2개월만인 2003년 퇴직했고, 2010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공단에 산재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2011년 4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선고 결과를 보지 못하고 2012년 5월 투병 중 숨지면서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1심은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동안 벤젠과 납, 포름알데히드, 극저주파 자기장 같은 유해화학물질에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후 뇌종양 등이 발병했다"며 "업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가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받은 첫 판결이었다.
반면 2심은 "연장근무 등으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뇌종양을 유발하거나 그 진행을 촉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고, 퇴사 후 7년이 지나서 뇌종양으로 진단받은 점 등에 비춰 업무와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산재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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