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흥행에만 급급한 한국영화, 아시아로 시선 돌리자"

입력 2017-11-14 09:13
수정 2017-11-14 09:52
"국내 흥행에만 급급한 한국영화, 아시아로 시선 돌리자"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 "'남한산성' 현지서 예상 밖 인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계연 기자 = "한국영화계가 너무 국내 관객 수에만 관심을 갖고 당장 돈벌이에 급급해요. 자본을 앞세운 중국 영화가 시장을 선도하면 금세 우리 영화 안 볼 수도 있어요. 아시아 전체로 파이를 넓혀 한국영화의 미래를 준비하는 게 런던아시아영화제의 역할입니다."

2015년부터 영국 관객들에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들을 소개하는 전혜정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집행위원장을 14일 만났다. 지난달 19∼29일 열린 제2회 영화제에선 '시간의 자각'이라는 주제 아래 아시아 9개국 영화 50편을 7개 섹션으로 나눠 상영했다.

첫날 1천700석 규모의 레스터 스퀘어 극장에서 열린 개막식 상영작은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 수백 년 전 한국의 역사를 다룬데다 대사가 이끌어가는 영화인데도 관객 호응이 컸다. 자막에 익숙하지 않은 영국 관객들이다. 전 위원장은 "문화와 언어 차이 때문에 관객들이 이해를 못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며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웰메이드 영화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강요'하는 영화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었다. 범죄영화가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한국 극장가와는 다른 모습이다. 영국 관객들은 배우보다는 감독 위주로 작품을 고르고, 영화관에 가기 전 사전 정보를 꼼꼼히 파악하는 편이라고 전 위원장은 전했다.

"10년 전만 해도 김기덕, 박찬욱 감독 아니면 알지 못했죠. 영화제 프로그래머나 영화 마니아가 한국영화 관객의 대부분이었어요. 지금은 이준익 감독 팬층이 형성돼 있어요." '최악의 하루'와 '더 테이블'로 2년 연속 초청된 김종관 감독도 올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전 위원장이 한국영화를 영국에 알린 건 2006년부터다. 주영 한국문화원 근무 당시 런던한국영화제를 열어 봉준호·홍상수 등 한국의 대표 감독들을 영국에 소개했다. 이제는 각국에 주재하는 한국문화원들이 앞다퉈 한국영화제를 연다. 아홉 차례 런던한국영화제를 개최한 그는 2015년 독립해 아시아영화제로 폭을 넓혔다.

유럽 영화관객은 20∼30대가 주도하는 한국보다 연령대가 높다. 전 위원장은 "한국영화의 미래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현지의 젊은 관객을 한국영화에 끌어들이는 데 애쓰고 있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동해와 은혁이 2014년 제9회 런던한국영화제에서 특별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제는 전문가 아닌 일반 관객도 한국영화를 즐긴다. 올해 영화제에선 전체 좌석의 80%가량이 찼고 대부분 현지 관객들이었다. 런던아시아영화제는 이번에 처음으로 영국영화협회(BFI)에서 지원금을 받아 대표적 아시아영화제로 위상을 높였다.

전 위원장은 영화 '노팅 힐'의 로저 미첼 감독을 다음번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모실 계획이라고 했다. "로저 미첼 감독이 내년 영화제를 돕고 싶다고 하셨어요. 아시아 영화는 영어로 된 리뷰 한 편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심사위원을 통해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아시아 영화를 영어권에 알릴 수 있는 영문 자료도 풍성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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