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택스님 "성철스님 백일법문은 현대불교의 사상적 근간"

입력 2017-11-13 17:09
수정 2017-11-13 19:16
원택스님 "성철스님 백일법문은 현대불교의 사상적 근간"

백련문화재단 '퇴옹성철과 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 학술대회

봉암사 결사 70주년, 해인총림·백일법문 50주년 기념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성철(1912~1993) 스님은 백일법문을 통해 불교의 근본사상이 중도라는 것을 정립했고, 현대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백일법문이 없었다면 한국 현대불교가 지금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1947년 봉암사 결사와 1967년 해인총림 지정,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 등은 한국 불교사의 중요한 사건들로 꼽히며, 그 중심에는 성철 스님이 있었다.

봉암사 결사는 1947년 한국 불교 주요 사찰이 대처승(결혼한 승려) 중심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로 시작된 불교 혁신 운동이다.

당시 성철, 자운, 보문, 우봉 스님은 문경 희양산 봉암사에서 '공주규약(共住規約)'을 만들어 생활의 지표로 삼으며 스스로 결사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졌고, 대처의 타락한 승풍을 쇄신할 것도 천명하며 부처의 교법에 따른 수행 정신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가야산 해인총림은 승단정화운동을 거쳐 1962년 출범한 대한불교조계종이 5년 뒤 지정한 첫 총림(승려들의 참선 수행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이다.

당시 56세로 초대 방장에 취임한 성철스님은 첫 동안거를 맞아 매일 '불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100일 가까이 법문했다. 그 유명한 '백일법문'이다.

제자들은 이 법문을 몰래 녹음해 보관했고, 성철 스님을 평생 시봉한 원택 스님이 1992년 처음 책 '백일법문'(장경각 펴냄)으로 엮어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인 원택 스님이 봉암사 결사 70주년과 해인총림·백일법문 50주년을 맞아 백일법문과 봉암사 결사의 불교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오는 17일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다.





원택 스님은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禪)과 교(敎)를 통해 불교의 핵심 사상인 중도를 일관되게 설명한 것은 백일법문이 처음'이라는 게 성철 스님의 자평"이라며 백일법문은 불교의 근본이 중도임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불교를 대표하는 저작이라고 소개했다.

또 "사찰을 서로 뺏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불교에 부처님 경전과 율장 중심의 전통을 확립시켰다"며 당시 많은 한계점을 노출했던 정화운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근대불교를 청산하고 현대불교를 열어가는 데 있어 사상적 근간이 된 법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이종수 순천대 교수가 '봉암사 결사의 배경과 불교사적 의미'에 대해 발표하고,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해인총림 결성의 배경과 현재적 의의'에 대해 발표한다.

'근현대 불교에서의 퇴옹성철의 역할과 백일법문의 위치'(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퇴옹성철의 선문헌 번역사업의 내용과 의의'(박인석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퇴옹성철의 대중포교 내용과 불교사적 의의'(최원섭 박사), '성철의 교외별전-성철의 '거짓말'에 속아야 할까 속지 말아야 할까'(변희욱 박사) 등을 주제로 한 발표도 이어질 예정이다.

성철선사상연구원은 불교인재원과 공동으로 백일법문 50주년을 기념해 동안거 기간 백일법문 공부결사를 추진한다.

'중도가 부처님, 중도를 알면 영원한 행복으로 간다'는 주제로 오는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안국동 불교인재원에서 백일법문을 공부하는 결사다. 원택 스님이 개강일 백일법문에 대해 특강한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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