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등어까지 닥치는 대로 싹쓸이…"씨 마를라" 우려(종합)
부산공동어시장 위판 6만6천 상자 중 90%가 새끼고등어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2∼3달만 기다렸다가 잡으면 비싸고 맛 좋은 고등어가 되는데 이건 사료용으로밖에 쓸 수가 없습니다."
13일 새벽 우리 연근해에서 잡은 고등어의 90% 이상이 팔리는 부산 서구 공동어시장위판장에 제철을 맞은 고등어가 모처럼 가득 찼다.
하지만 위판장 바닥에 수북이 쌓여 있는 새끼 고등어(치어)를 지켜보던 수산물 유통 관계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꼬리 길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볼펜보다 조금 큰 크기의 고등어들이 위판되고 있었고 라이터보다 조금 큰 새끼 고등어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수산물유통인연합회는 이날 위판된 고등어 6만6천 상자 중 80∼90%가 어린 고등어로 잡히지 말아야 할 고등어가 잡혀서 유통됐다고 주장했다.
위판 현장에 있었던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등에서 금지 체장(길이)을 검사하는데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새끼 고기들이 풀리고 있다"며 "조만간 고등어 자원은 씨가 말라 노르웨이산 수입 고등어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서는 길이 21㎝ 이하의 고등어는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 길이 이하의 고등어는 전체 어획량의 20% 미만일 때 위판이 가능하다.
부산공동어시장 측은 이날 고등어의 크기가 작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위판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동어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관리공단에서 실측한 결과 이날 풀린 고등어 중 21㎝ 미만은 5%에 불과했고 대부분 22∼23㎝가 됐다"고 주장했다.
수산유통업계는 이런 현상을 매우 걱정한다.
한국수산물유통인연합회 관계자는 "치어도 꼬리까지 길이를 재면 21cm를 넘긴다"며 "기준이 너무 낮고 이마저도 제대로 된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위판장에는 버젓이 새끼 고등어가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2010년에는 위판된 전체 고등어 가운데 무게가 200g에 못 미쳐 사료용이나 통조림용으로 팔리는 '갈고등어'가 전체의 30.2%를 차지했다.
이후 갈고등어 비중은 갈수록 높아져 작년 위판된 고등어 중에서 무려 62%가 갈고등어였다.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에 위판된 갈고등어는 전체 6만6천600 상자 중 6만5천 상자였다.
고등어의 씨알이 작아지는 원인으로 어민들은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남획을 지적한다.
한 수산 전문가는 "큰 고등어가 계속 줄어든다는 것은 다 자리기도 전에 잡아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어민들도 작은 개체들은 잡지 않는 등 스스로 자원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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