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손잡나" 국민의당 노선투쟁 격화…21일 끝장토론 분수령(종합)
安, 봉합 시도에도 내홍 여전…지도부 책임론 공방도
'安비판' 이상돈 징계안도 제출…윤리심판원장 "민감한 사안"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을 계기로 촉발된 국민의당 내 노선투쟁의 불길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호남 중진을 포함해 의원들을 두루 만나며 당내 소통에 힘쓰는 동시에 21일 당의 진로를 두고 '끝장토론'을 열기로 하는 등 접점 찾기와 논란 진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안 대표의 중도통합론을 두고 찬반 양측의 비방전이 이어지는 데다 지도부 책임론 역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안 대표를 공개 비판한 이상돈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안이 제출되는 등 갈등은 점점 격화하는 모양새다.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개최 직전까지만 해도 당내에서는 안 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호남 중심의 외연 확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다 '끝장토론'의 장도 마련한 만큼 내홍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다.
하지만 최고위가 시작되자 중도통합론을 둘러싼 파열음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박주현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은 가장 중요한 시기에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혼란을 자초했다"며 "권력구조 분권과 개헌에 힘을 쏟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협치에 의해 할 일이지, 악마와 손을 잡고 할 일은 아니다"며 통합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박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은 하향식 정당운영이자 대선후보 중심의 제왕적 정당운영을 하고 있다"며 "유아독존형 리더십으로는 다당제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대선을 겨냥한 1인 중심 이미지의 정당을 벗어날 수 없다"고 안 대표를 직격했다.
반대로 안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태우 최고위원은 최근 이상돈 의원이 안 대표를 '아마추어'라고 지칭한 것을 겨냥해 "당 지도부를 아마추어라고 하지 말고 프로면 프로답게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달라. 다음 (비례대표) 순번에 아주 훌륭하신 분도 계시다"며 비례대표인 이 의원의 의원직 포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 당원들은 이 의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아 당기윤리심판원에 제출했다.
윤리심판원은 이르면 오는 13일 회의를 열어 이 사안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승함 윤리심판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의사 표현의 자유로 볼 수도 있지만, 허위사실이나 지나친 비방으로 당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면 징계의 대상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해석에 따라 정당한 비판이 될 수도, 문제의 발언이 될 수도 있다. 경계선에 있는 문제로 보인다"며 "최대한 신중하게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모습이 거듭되는 것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당 대표 경선이 끝난 지 두 달 반이 됐는데 아직도 경선 중인 것 같은 분위기를 보여 국민께 죄송하다"며 "이게 국민의당이다. 이 모습 그대로 관심을 두고 사랑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다소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당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다듬어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노선투쟁 홍역은 꼭 한번 거쳐야 하는 성장통이다. 이번에 우리 당이 지킬 가치가 뭔지 철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당 제2창당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한 당내 합의점을 찾기 위해 다음 주부터 당의 노선과 정체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제2창당위 김태일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최고운영회의에서 "당 안팎이 아주 시끄럽지만, 이제야 제대로 당의 모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논쟁과 투쟁을 통해 당의 비전을 찾아가야 한다. 패배와 좌절에 대해 과감하게 책임소재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걱정도 된다. 가치투쟁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며 "인신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 싸움은 당의 장래에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연합 문제는 노선과 방향에 대한 문제인데, 감정과 인신공격으로 뒤범벅되면서 빈축을 산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