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가꾼다'며 치어 아닌 성어 방류한 기업…생태계 훼손 논란

입력 2017-11-12 09:00
'바다 가꾼다'며 치어 아닌 성어 방류한 기업…생태계 훼손 논란

"성어, 치어 죄다 잡아먹어"…업체 "지역어민 의견 따랐을 뿐"

(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 일부 기업과 어민들이 바다 가꾸기 사업 명목으로 치어 방류행사를 하면서 수년째 규정보다 훨씬 큰 우럭(조피볼락)을 풀어줘 해양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12일 서산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제13회 우럭축제'가 열린 대산읍 삼길포항 주변 등에서 대산산업단지 내 현대오일뱅크 임직원이 어민과 함께 우럭 치어 12만마리를 방류했다.

수산자원 회복을 통한 어민소득 증대를 명목으로 열린 이 행사는 현대오일뱅크 외에 한화토탈, 씨텍 등 다른 대산산단 입주업체도 참여해 모두 30여만마리의 우럭과 넙치를 삼길포항 앞바다와 가로림만 등에 풀어줬다. 이 행사는 지역축제 개최 시기에 맞춰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당일 방류한 조피볼락의 크기다.

수산종자관리사업 지침(4조)에는 방류하는 어류 크기는 '길이 6㎝ 이상∼10㎝ 미만'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방류한 조피볼락은 치어가 아닌 어른 손바닥 만한 15㎝ 이상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런 규정은 치어가 아닌 성어를 방류할 경우 포식성이 큰 우럭이 특정 수역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치어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수중 생태계를 훼손·교란할 우려 때문에 마련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치어를 방류할 때 관련 지침을 충실히 따른다.



김상규 수산자원관리공단 책임연구원은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은 생존율이 떨어지는 반면 큰 것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어류 방류 시 크기를 엄격히 제한한다"며 "특히 우럭은 포식성이 강해 수십만마리의 성어를 특정 해역에 방류할 경우 해당 해역에서 다른 어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민간에서 하는 행사라 하더라도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며 "관할 지자체가 철저한 지도 감독해 해양 생태계 훼손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류행사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너무 작은 것은 다른 물고기에 잡아먹히거나 일찍 죽는다'며 생존 가능성이 큰 것을 원해 손바닥만 한 것을 일부 풀어주게 됐다"며 "방류 치어의 크기에 관한 지침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부금을 내면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방류 어종 크기를 정해 왔다"며 "행사 참여 기관·단체도 그동안 '크기가 작으면 문제지만 큰 것은 괜찮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치어 방류에 참여한 어촌계 측은 "어민소득 증대와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 참여 확대 등 여러 목적으로 우럭을 방류해 왔다"며 "방류하는 우럭의 크기에 문제가 있다면 추후 행사부터는 개선방안 등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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