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많았지만…" 장애 딛고 그 어렵다던 국세청 서기관 승진

입력 2017-11-09 10:06
"고비 많았지만…" 장애 딛고 그 어렵다던 국세청 서기관 승진

광주지방국세청 이종학 과장…장애 때문에 대학 4차례 낙방·직장 포기 고비 넘겨

"직장 덕분에 아내 만나고 보람된 일상…주변 분들에게 항상 감사"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지난 8일 발표된 국세청 하반기 서기관 승진 인사 명단에 이채로운 인물이 눈에 띄었다.

선천성 장애(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광주지방국세청 법인납세과 이종학(50) 과장이다.

전남 여수 출생인 이 과장은 9살 때 목발에 기대어 처음으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심한 소아마비를 앓았다.

초등학교도 남들보다 1년 늦게 들어갔다.

여수해양항만청에 다니던 이 과장의 아버지는 아들이 또래 아이들의 놀림을 당하지 않도록 인적이 드문 거문도, 소리도, 백야도 등 섬 근무를 자청했다고 한다.



이 과장은 어렸을 때부터 명석한 두뇌와 성실이 몸에 배어 공부 실력이 남달랐다고 한다.

여수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 유수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장애 때문에 4차례 연거푸 낙방했다.

당시 대학 등 사회 풍조가 장애에 대한 편견이 심했고, 일부 대학은 소아마비 학생들의 입학을 불허하기도 했다.

이 과장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담임 선생님이 "종학이 실력이 너무 아깝다. 세무대학에 원서를 내자"고 했다.

당시 국립대학인 세무대학은 이 과장의 입학을 허락했다.

4전 5기 만에 꿈에 그리던 상아탑의 일원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인생의 위기가 이 과장에게 한 차례 더 찾아왔다.

1991년 첫 발령지인 남광주세무서(현 서광주세무서) 총무과에 근무했다.

상사들은 거동이 불편한 이 과장에게 매번 눈총을 줬다. 함께 근무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전해왔다.

이 과장은 첫 발령 한 달 만에 아버지에게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몇 달만 참아보고 그래도 힘들면 그때 직장을 그만두자"고 설득했다.

이 과장은 아픈 아들 때문에 좋은 근무지를 마다하고 오지를 전전한 아버지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후 광주세무서 부가가치세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부가가치세과는 직접 음식점 등 업체를 돌아다니면서 세금을 징수해야 하는 고단한 자리였다.

이 과장은 일반 직원들보다 징수 성과를 많이 냈다.

상사들도 이 과장의 노력 등 업무역량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광주 유명 식당 여주인은 이 과장의 친절과 성실에 반해 이 과장을 사위로 맞았다.

이 과장은 9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고비가 많았는데 주변 분들 도움으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직장 덕분에 사랑하는 아내(45)와 아들(20)과 함께 가정을 꾸리고 보람된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동료 직원은 "서기관 승진은 1년에 광주국세청에서 2명가량 배출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며 "선천성 장애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라고 평가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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