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메시지' 받은 北김정은, 어떻게 나올까

입력 2017-11-08 17:30
'트럼프 메시지' 받은 北김정은, 어떻게 나올까

北, 체제비난 '최고존엄 공격' 간주 강한 반발 관측

도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당분간 상황 관망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국회 연설에서 "이곳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체제의 지도자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 왔다"면서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쏟아냄에 따라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해 북한 체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했다.

일단 그가 김정은 체제의 인권침해 실태와 비합리성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김정은을 '폭군', '잔혹한 독재자' 등으로 규정하며 비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는 북한의 체제 정당성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자 국가 지도자로서 김정은을 비난하는 것으로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최고 존엄'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며 강한 '말폭탄'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 때문에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완전 파괴'까지 거론했던 유엔 총회 연설보다는 물리적 위협 수위를 낮췄고, 구체적인 군사행동 언급도 비교적 자제한 만큼 북한의 반발이 실제 도발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이후 50일 넘게 핵·미사일 도발을 자제하며 다소 '숨고르기'를 해 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연설과 관련해 "김정은 개인에 대한 비난인 만큼 북한이 당분간 맞대응하면서 트럼프를 비난할 수는 있지만, 며칠 가지 않을 것 같다"며 "정책 면에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조치가 없어서 정세에 악영향을 주는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국면 전환의 '문'을 열어 두는 메시지를 발신한 데 주목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 체제의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운을 뗀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점으로 공격 중지와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 등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화 조건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나름의 조건을 제시하며 관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상황 진전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내용 등을 추가로 지켜보면서 이후 대응 방향을 잡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서 스탠스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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