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국제기구 '반장' 역할 자처하나
쓰레기·교통 등 도시문제 빠르게 해결한 모범생
아시아 도시들에 전수하는 노하우, 향후엔 '수출 발판'
(콜롬보=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최근 몇 년 새 국제사회에서 도시 '서울'의 목소리가 커졌다.
서울시는 오랫동안 회원 도시로만 활동하던 국제기구 시티넷(CITYNET)과 이클레이(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의 회장으로 올라섰다.
위고(WeGo·세계도시전자정부협의체)와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ESF)는 아예 서울시가 주도해 창립한 뒤 의장 도시까지 맡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이달 5∼8일 열린 시티넷 총회에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도시 시장들의 입에서는 여러 차례 "서울을 배우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시가 이끄는 4개 국제기구 중 하나인 시티넷은 아시아·태평양 도시들의 협력을 위해 1987년 설립됐다. 138개 도시·기관·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다툭 마하디 쿠알라룸푸르 부시장은 "서울의 정책을 우리가 배웠고, 이를 다시 방글라데시 다카에 전수했다"고 말했다.
인도 출신인 비제이 자가나단 시티넷 사무총장은 "런던보다는 서울에서 배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수많은 도시문제를 경험해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서울이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다른 도시와 적극 공유하겠다"고 화답했다. 서울은 이번 시티넷 총회에서 4년 임기의 회장 도시로 재선출됐다.
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 도시들이 '서울 배우기'에 나선 것은 극심한 교통체증, 쓰레기·하수 처리 등 비슷한 문제를 겪었지만, 빠르게 극복해낸 도시로부터 배우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시티넷 회원으로 가입한 서대문구의 문석진 구청장은 "서남아 국가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얘길 들어보니 화장실 문제부터 청소, 상하수도 등 당장 급한 문제들이 많았다"며 "과거 서울의 상황은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보다 심각했지만 빠르게 문제를 해결한 것을 보고 여러 도시가 도움을 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교통, 환경, 상수도, 전자정부 등 53개 정책을 시티넷 회원 도시(10개)를 포함한 39개 도시와 공유했다. 콜롬보에는 대중교통 체계 선진화를 위한 기술자문과 세무정보시스템을 전파했고, 인도네시아 반둥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는 교통카드 시스템을 수출했다.
서울이 '정책 수출'을 하면 자연스럽게 교통카드, 경전철 운영, 빅데이터 분석 등 관련 기업들의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스마트카드가 시티넷 새 회원으로 합류한 이유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는 최초로 스리랑카·인도를 찾은 것은 중국에 이어 떠오르는 투자처인 서남아 국가와의 교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이회승 서울시 국제협력관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 스리랑카 등 서남아 국가를 위주로 서울시 정책에 대한 공유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며 "서울시가 우리 중소기업의 서남아 진출을 측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외교를 중앙정부만 할 수 있다는 것은 과거의 사고"라며 "가능하다면 서울시 안에 수출을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고, 수출 담당 국장도 임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10일 인도 델리에서 현지 중견기업과 투자사 등 50여 개사를 초청해 투자유치설명회를 연다. 서울시가 인도에서 투자유치설명회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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