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암살로 레바논 정치중심에…'같은 운명' 두려움이 '발목'

입력 2017-11-05 05:42
부친 암살로 레바논 정치중심에…'같은 운명' 두려움이 '발목'

돌연 사임한 하리리 레바논 총리는 어떤 인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전격 사임한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47)는 억만장자 정치명망가 출신이다.

하리리 총리는 사임을 밝히는 연설에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전 레바논을 지배한 기류와 비슷한 분위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면서 "내 목숨을 노리는 계획을 비밀리에 꾸미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라피크 하리리는 현 하리리 총리의 아버지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두 차례 총 10년간 총리로 재임했다.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2월 헤즈볼라 추종자로 의심되는 이들의 폭탄공격으로 사망했다.

아들 하리리 총리는 사우디에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건설사(사우디 오게르 유한회사)를 경영했다.

그는 2005년 부친의 암살 후 집안의 강권에 따라 레바논 정계에 뛰어들었다.

하리리는 아버지의 후광과 사우디의 지원으로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단번에 수니파 세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는 수니파 반(反)시리아 정치블록을 이끌며 2005년과 2009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하리리는 헤즈볼라와 손잡은 끝에 겨우 정부를 구성하고 2009년 9월 처음 총리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2011년 초 헤즈볼라가 연정 내각에서 사퇴함에 따라 하리리 정부도 붕괴했다.



시아파 맹주 이란을 등에 업은 헤즈볼라와는 연정을 구성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쟁하거나 대립했다.

지난해 하리리는 헤즈볼라와 손잡은 미셸 아운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결과로 내각을 꾸리고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리아 사태 전개로 더욱 영향력이 커진 헤즈볼라와 시아파 세력은 하리리 총리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경쟁자와 반대세력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30대에 정치판에 뛰어든 하리리에게 '초짜', '애송이' 딱지를 붙였다.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는 언어능력이 있었지만 어눌한 대중 연설로 놀림감이 되곤 했다.

그는 총리 아버지의 정치 유산을 발판으로 젊은 나이에 총리직에 올랐지만 결국 암살된 부친과 같은 운명을 밟게 될 것을 우려하며 스스로 물러났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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