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구글·트위터, 무성의한 의회 증언에 비난 쇄도

입력 2017-11-02 05:04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무성의한 의회 증언에 비난 쇄도

"CEO 안 나오고 변호사만 출석", "새로운 내용 없이 재발 방지만 언급"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가 지난 31일과 1일에 걸친 러시아 정부의 미국 대선개입 의회 청문회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청문회에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 대신, 회사 변호사들만 보낸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일 "마크 저커버그, 순다르 피차이, 잭 도시 등 회사를 총책임지고 있는 CEO는 나타나지 않고 변호사만 대신 내보냈다"면서 "의회 의원들과 정치 관련 업저버들, 시민단체 등에서는 미국 대선에 외국 정부가 그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개입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회사 총책임자가 공개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을 거부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틴 하인리히(뉴멕시코주) 상원의원은 청문회 석상에서 "당신들의 CEO가 아닌 변호인들이 나온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의 짐 루텐베르크 미디어 칼럼니스트는 "2000년 대선 당시 성급하게 알 고어의 승리를 선언했던 당시 폭스 뉴스 등 일부 매체들은 1년 후 의회 청문회에 CEO들이 직접 나와 해명하고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소셜네트워크 기업들의 오만함을 꼬집었다.

답변 내용도 알맹이가 없이 그동안 나왔던 얘기들만 반복하면서 러시아 개입 의혹을 파헤치려는 의회의 노력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사람은 정확하게 이들 웹사이트에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단지 재발 방지만을 거론하면서 본질을 비껴갔다"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원회의 마크 워너 의원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상에서의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이 단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댓글 공장에서만 나왔다고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들 회사가 제공한 대부분의 자료는 초기 보고서의 파생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댓글 공장에 대한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은 자체 조사가 초기 폭로를 꿰맞추는 수준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앞서 페이스북은 청문회에서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가 보유 계정을 통해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 사이에 총 120페이지 분량의 포스팅 8만 건을 올렸다면서 최대 1억2천600만 명이 접속하는 뉴스피드에도 이용자들의 공유를 통해 이들의 포스팅이 올라왔지만, 그 비중은 2만3천 건당 1건에 불과해 대다수 이용자는 포스팅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시 인력을 2배 이상 늘린 2만 명으로 확충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트위터도 IRA와 연계된 2천752건의 계정을 적발, 폐쇄했다면서, 앞으로 스푸트니크, 러시아 투데이 등 친러시아 정부 성향 매체의 광고를 받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받은 광고비는 외부 연구기관에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구글은 러시아 측의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18개의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고 이들 채널이 미국에서 43시간 분량의 동영상 1천108건을 내보냈으며 집행된 광고비는 4천700 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사 플랫폼에서 이뤄진 러시아 대선개입은 매우 적은 규모였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선거와 관련된 광고주들의 신원을 일반에 공개하고 상세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며 선거 광고의 투명성에 관한 보고서도 발행하겠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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