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복원] 中 금한령 해제수순 주목…단체관광 빗장풀릴듯
연말 명동·제주에 유커 재출현 예상…"한류회복은 시간걸릴 것"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한국과 중국간의 사드 갈등이 봉합됨에 따라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한류 및 관광에 대한 금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행 단체관광이나 한국 드라마의 방송의 재개는 한중간 사드 갈등 해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한류 및 관광 재개는 일정 기한을 두고 서서히 빗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 중단이나 한류 연예인의 출연 제한 조치가 민의에 기반한 조치일 뿐 공식적인 정부 조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이에 대한 해제 조치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은 없다.
본격적인 한국행 단체관광 재개는 이날 중국 외교부의 합의문 발표를 확인한 중국 여행사들이 지방 여유국 등을 통해 지침을 확인하거나 상품판매를 타진하는 과정을 먼저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현재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携程)가 최근 한국 여행상품 안내를 재개하고, 상품 구성을 위해 롯데호텔에 실무 협의를 제안한 상태다.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여행사 사이트에는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이 7개월 만에 등장했다. 중국내 저가항공사들도 한국행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거나 확대하려는 채비다.
'알아서 하라'는 정도의 중국 당국측 답변이 나온다면 중국 여행사들은 즉각 한국행 상품 판매에 착수하게 된다. 미리 준비한 여행사들은 단 며칠만에 한국행 관광상품을 내놓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 이미 대부분의 중국 여행사 사이에 한국 관광과 관련한 내부 인프라가 붕괴돼 있다.
한국여행 관련 인력과 조직을 재구성하고 한국에 문의해 여행상품 견적과 구성을 통해 상품 개발을 마친 다음 상품을 출시하고 여행객을 모집하는데 통상 1개월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제는 충분한 항공편과 숙박업소 확보가 되겠지만 이미 중국 항공사들이 한국행 여객기의 복항과 확충에 나서고 있는 이상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말께 서울 명동이나 제주, 강원 평창 등지에 또다시 대규모 중국 관광객이 출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금한령 해제는 단체관광 재개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특별한 해제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음원 사이트인 QQ뮤직이 지난 3월 내렸던 K팝 차트 서비스를 재개하고 중국 12개 방송사 PD들이 31일부터 한국에서 초청교육을 받기 시작했지만 금한령 해제 조짐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한국영화나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수입, 판권구매, 포맷 수입, 제작협력 등이 전면 중단되고 연예인들은 중국에서 비자 받기도, 출연, 공연하기도 어려워졌다.
한국 영화는 중국에서 치러지는 국제영화제에 진출조차 막혔고 심지어 조수미 등 클래식 분야의 공연 허가도 나오지 않았다.
상하이 현지의 소식통은 "금한령이 당국의 발표로 일거에 해제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풀리더라도 1∼3년의 연차에 걸쳐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사드 갈등으로 한국 전반에 대한 반감이 확산돼 1년여의 한류 공백을 메우고 다시 회복하기는 지난한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 당국은 내수시장 보호, 여론통제 강화 차원에서 한류 공백기를 자국 영화 방송산업의 진흥기로 삼아 구조개혁 및 산업고도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이 중국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자 대부분의 중국 한류팬들이 중국 인터넷에 만연한 불법 다운로드로 관람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 수요도 크지는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금한령 수위를 완화한다면 먼저 자국 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 출품을 허용하거나 자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국 영화 수입 허가를 내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한류 공연보다는 성악, 오케스트라, 뮤지컬 분야의 문화공연 허용을 통해 금한령 수위 완화의 신호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당장 한국의 인기드라마가 중국 방송에서 방송되는 일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서동욱 상하이 한국문화원장은 "중국 정부가 구체적 지침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지역별로 눈치를 봐가며 한류 빗장을 서서히 허물게 될 것"이라며 "한류의 원상 회복은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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