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상처 많은 홍종학 후보자, 중기부 이끌 수 있겠나

입력 2017-10-30 19:19
[연합시론] 상처 많은 홍종학 후보자, 중기부 이끌 수 있겠나

(서울=연합뉴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홍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부동산 편법 증여 및 절세, 학벌 지상주의 주장, 딸 특성화 중학교 진학, 면세점 과잉규제 입법 등 다양하다. 박성진 전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도 서지 못하고 낙마한 데 이어 홍 후보자마저 많은 문제를 드러내 부실검증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홍 후보자는 2014년 서울 강남의 고가(신고액 8억4천만 원) 아파트를 부인과 공동명의로 장모로부터 증여받았다. 이듬해에는 부인과 딸이 장모 소유의 상가 건물 지분을 각각 25%(신고액 8억6천500만 원)씩 증여받았다. 딸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고 한다. 이런 '쪼개기·격세 증여'로 홍 후보자 가족은 증여세 1억여 원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 딸은 증여세를 내기 위해 계약서를 쓰고 어머니한테 2억2천만 원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홍 후보자 본인은 정당한 절차를 거친 증여이고, 세금도 모두 납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동원한 수단이 모두 편법이란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홍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부(富)의 대물림'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법을 고쳐 이런 식의 편법 증여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언행 불일치'로 볼 수밖에 없다.

홍 후보자가 저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은 근본적 소양이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다"라고 주장한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비명문대를 노골적으로 비하한 그가 비명문대 출신이 많은 중소기업 담당 장관으로 적임자인지 의문이다. 비판 여론이 일자 뒤늦게 "이유 여하를 떠나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리면서 면세점 허가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입법을 주도했다. 이 법은 나중에 '면세점 대란'을 일으켜 과잉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악명이 높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공약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딸을 1년 학비만 1천500만 원이나 드는 특성화 중학교에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홍 후보자를 놓고 여야의 입장은 엇갈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래도 중기부를 이끄는 데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당장 자진 사퇴하라"고 압박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새 정부 들어 중소기업청에서 장관급 부처로 격상됐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서 큰 역할이 기대되는 부처이다. 대기업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중소기업계의 큰 기대를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중요한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다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안타깝다. 장관 취임을 학수고대하는 중기업계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청와대는 박성진 후보자 사퇴 이후 20여 명의 대상자를 3주 이상 검증한 끝에 홍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거리가 자고 나면 하나씩 불거지는 형국이다. 청문회까지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보수 야당의 반대가 워낙 거세 청문보고서 채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홍 후보자 스스로 결심하는 게 순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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