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MB구속·反트럼프…1년만에 바뀐 '촛불 구호'
'적폐청산' 그대로…풍자·해학 담긴 퍼포먼스 찾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1년 만에 '촛불집회'가 다시 열린 광화문광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구호들이 넘쳐났다.
시민들은 다시 피켓을 들었고, 광장 바닥에는 포스터가, 난간에는 펼침막이 붙었다. 곳곳에서 서명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머리띠를 두르고 붉은 피켓을 치켜세운 채 '팔뚝질'을 하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핼러윈(31일)을 앞두고 집회가 열렸기 때문인 듯 일부 참가자들은 마녀 의상을 한 채로 '다스는 누구 거'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고 암시하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광장 한쪽에는 이효열 작가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연탄에 꽃을 꽂은 미술 작품 '뜨거울 때 꽃이 핀다'가 놓였다.
촛불집회 1주년 대회가 열린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이 앞다퉈 서명운동, 사전집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들은 다시 광장에 모여 '촛불혁명 완성'과 '적폐 청산'을 합창했지만, 단체마다 내는 목소리는 다양해졌다. 이전 촛불집회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요구가 대세를 이뤘다.
새로 열린 광장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을 외치는 구호가 나왔다.
이명박심판범국민운동본부와 직장인들로 구성된 '쥐를 잡자 특공대'는 이날 광화문광장 곳곳을 행진하며 이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와 캠페인을 벌였다. 민중당과 노동당도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과거 BBK 주가조작 사건과 연관된 회사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명박이 구속돼야 적폐청산을 내건 촛불혁명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얼굴 모양의 탈을 쓰고서 시민들에게 '때려 달라'고 요청하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여야 의원들이 동참해 최근 출범한 '국민재산 되찾기 운동본부'도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였다.
정권교체 이후 촛불혁명을 완수하려면 제도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자주 눈에 띄었다.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시민의눈'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제정을 각각 요구했다.
반미성향 단체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최근 미국을 방문하려다 입국이 거부된 '방미 트럼프탄핵 청년원정단'은 다음 달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반대하는 집회와 농성을 벌였다.
대북제재 철회와 트럼프 탄핵,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해온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은 집회를 열고 "문 대통령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그러나 기발한 구호·패러디가 담긴 각종 깃발과 퍼포먼스가 등장해 시민들의 재치와 풍자·해학을 엿볼 수 있었던 지난 겨울과 달리 이날 광장에 등장한 구호들은 다소 딱딱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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