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재개 권고 후…여전히 적막한 신고리, 사뭇 다른 분위기
현장 유지작업만 하던 근로자들, 공사재개 기대감에 모처럼 '웃음'
공사중단 이후 텅텅 비어있던 근로자 숙소, 손님 맞을 준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건설재개 권고 발표 다음 날인 21일, 신고리 현장과 주변 지역은 지난 7월 공사중단 이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적막했다.
그러나 현장의 근로 분위기나 일대 주민들의 표정에서는 공사재개에 따른 안도와 기대가 읽혔다.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에는 주말임에도 800∼900명의 근로자가 출근했다.
이들은 정부의 5·6호기 건설 일시중단 결정에 따라 7월부터 현장 유지·관리 위주의 작업만 하고 있다. 비 예보가 있으면 배수로 등을 정비하고, 자재·장비가 녹슬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의 필수 작업이다.
그나마 공사중단 기간에는 주말 특근이 전면 중단됐고, 근로자들은 한 달에 26일의 근무 일수만 인정받을 수 있다.
초과근무가 보장되지 않자 근로자들 일부가 다른 일자리를 찾아 속속 떠났고, 이 영향으로 하루 최대 1천200여 명에 달했던 근로자 규모는 공사중단 이후 약 900명 수준으로 줄었다.
21일이 토요일임에도 근로자들이 출근한 것은 이달 초 긴 추석 연휴로 근무 일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으로, 10월에만 이례적으로 주말 근무가 부활한 셈이다.
이들은 이날도 평소처럼 현장 유지 관리 위주의 작업을 했다.
다만, 작업 분위기는 공사중단 기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전날 공론화위의 발표를 접한 근로자들은 곧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안도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원전 시공업체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건설재개 발표를 하면 공사를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철근이 녹슬지 않도록 발라놓은 시멘트 풀이나 시설물 덮개 제거 등의 작업에만 1개월가량 소요되고, 공사 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점검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아직 본격적인 공사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건설재개 권고 발표로 근로자들 모두 힘이 나는 듯하다"면서 "아침에 다 같이 모여 안전체조를 할 때도 얼굴에 웃음을 띠며 좋아하는 근로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신고리 현장 주변의 주민과 상인들도 모처럼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공사중단 결정 이후 3개월여 동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도 5·6호기 현장으로 진입하는 교차로에는 주민들이 내건 '신고리 예정대로 건설하라' '대책 없는 원전정책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지만, 집회는 없었다.
더불어 공론화위의 건설재개 권고 결정을 환영하는 현수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대 신고리 중단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원장은 "(권고안 발표에도)아직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남았기에 침착하고 신중하려고 한다"면서 "(건설재개 결정이)어떤 싸움에서 이긴 것도 아니고 여전히 신고리 건설은 반대하시는 국민도 적지 않기 때문에,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그분들을 설득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신고리 현장 근처에서 근로자 숙소를 운영하는 업체 관계자도 재운영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숙소 건물을 인수해 올해 3월까지 리모델링을 했다. 이후 원전 근로자를 상대로 홍보를 벌여 약 150명의 예약을 받았다.
그러나 6월 말 정부의 공사 일시중단 결정 이후 예약이 모두 취소됐다.
2∼6인실 70개, 3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숙소는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한 채 수개월 동안 텅텅 비어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리모델링 후 새 시설과 집기류가 몇 달째 고스란히 있다"면서 "약 1개월 뒤 공사가 시작되면 근로자들과 공사업체의 문의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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