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야구협회 내분 당사자 소명기회 안 주고 파면한 건 위법"

입력 2017-10-22 09:00
법원 "야구협회 내분 당사자 소명기회 안 주고 파면한 건 위법"

야구협회, 감사내역 구체적 요청 거부…2명 파면 구제 판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비리와 계파 갈등으로 몸살을 앓은 대한야구협회가 지난해 내부 분쟁 당사자 중 일부를 파면한 것은 절차상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김용철 부장판사)는 대한야구협회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야구협회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3월 야구협회 집행부가 자주 교체되고, 집행부 간 상호 고발과 고소가 난무할뿐더러 재정 악화까지 겹쳐 제대로 된 사업 수행이 어렵다고 보고 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체육회는 야구협회 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내분에 연루된 A씨 등 3명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대기발령을 냈다. 이 때문에 A씨 등의 임금은 20%가 깎였다.

체육회는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요청으로 야구협회에 대한 특정 감사를 벌여 A씨가 경기실적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하는 등 7개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야구협회 관리위는 회의를 열어 A씨에게 소명의 기회를 줬다. A씨는 제대로 된 소명을 위해 특정감사 결과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관리위는 이에 답하지 않고 그를 파면했다.

A씨는 징계에 불복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연달아 구제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이번엔 야구협회가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는 대기발령으로 기본급의 80%만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을 입는데도 관리위는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대기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파면 근거 중 하나인 경기실적서 허위 발급에 대해서도 "경기실적서 발급 지침은 공문 형태의 통보일 뿐 정관이나 업무 지침이 아니다"라며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른 징계 사유에 대해선 "구체적인 징계 혐의 사실을 특정해서 알리지 않고 막연히 감사 결과에 대해 소명해 보라고 한 것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 파면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와 유사한 징계 사유와 절차로 파면된 다른 직원 B씨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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