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韓 사드비용 부담론', 맥매스터가 뜯어말렸다"

입력 2017-10-17 09:37
"트럼프의 '韓 사드비용 부담론', 맥매스터가 뜯어말렸다"

WP 보도…미 고위관료의 트럼프 다루기는 '회피·칭찬·조용한 이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엄포를 놓자 백악관 '안보사령탑'인 H.R.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이를 뜯어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사드는 10억 달러 시스템"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발언이 나올 당시 맥매스터 보좌관을 비롯한 최고위 참모진은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이 미국의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만류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 맥매스터 보좌관 등이 이러한 비용이 제조업 일자리라는 측면에서 미 경제에 혜택을 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전했다.

평소 맥매스터 보좌관은 부하 직원들에게 워싱턴 주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트럼프 대통령의 특이한 생각을 공부하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맥매스터 본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전술을 종종 구사하는데, 사드 비용 청구를 만류한 것도 이러한 전술의 일환이라고 WP는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며 "맥매스터의 전략은 '보스, 우리가 이 문제를 연구하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이다. 모면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비용 청구를 둘러싼 이 같은 뒷이야기는 WP가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백악관 보좌진의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는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이 신문은 "대통령은 종종 충동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다루기 힘들어서 주변 사람들이 그의 에너지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찾게 만든다"며 "백악관에서는 트럼프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하는 것을 막으려고 최종 결정을 늦추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WP가 18명의 백악관 참모 또는 외부 조언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트럼프 다루기'의 첫 번째 방법은 끊임없는 칭찬이다. 백악관이 트럼프에 대한 아첨으로 가득찬 고위 관료들의 언론 인터뷰 등을 독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방식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으로는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꼽힌다. 그는 재무부 사안과 무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우월주의 관련 발언, 미국프로풋볼(NFL)의 '무릎꿇기' 시위와 관련해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이를 두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므누신은 미 행정부 역사상 최고의 아첨꾼일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므누신 장관의 칭찬 전략, 맥매스터 보좌관의 회피 전략과 달리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통령과의 이견을 솔직히 전달하되 갈등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 고위 관료는 WP에 "매티스는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할 때 이견이 공론화하기 전에 이를 대통령에게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 조용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협상"이라고 공공연히 비난할 때 매티스 장관이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핵합의 유지 필요성을 밝힌 것도 트럼프의 화를 돋우지 않고 다른 생각을 교묘하게 잘 표현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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