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가지수 21년만의 최고치 불구, 체감경기 '싸늘'

입력 2017-10-16 11:22
日 주가지수 21년만의 최고치 불구, 체감경기 '싸늘'

의류업게 "불황" 거론할 정도, 편의점 업계도 "가격인하" 경쟁

백화점 중심 화장품 등 고급품은 매출 증가, 소비 양극화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도쿄(東京)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지수가 2만1000을 넘어서 2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현재 경기가 2차대전 후 두 번째로 긴 '이자나기경기'(1966~70년 4년 9개월 지속)를 이미 능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 국민의 체감경기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류업계 일각에서는 일반 국민의 의류 소비는 오히려 "불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과 소매점, 인터넷 통신판매 업계 등에서는 디플레이션 재연을 우려할 만큼 가격 인하 등 소비자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을 중심으로 고급 화장품 판매는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는 등 소비도 양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자나기 경기를 넘어 섰다는 걸 실감하지 못한다. 일반 의류소비는 '불황'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의류체인 "시마무라"의 노나카 마사토(野中正人) 사장이 NHK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적당한 가격대의 상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성공한 기업의 대표가 '불황'을 입에 올릴 정도로 체감경기는 어렵다는 반증이다.

시모무라는 8월 말까지의 중간결산에서 영업이익이 5%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 연간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대형 슈퍼 체인인 '이온 리테일'의 오카자키 소이치(岡崎?一) 사장도 "일상 생활용품 가격은 전체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비용절감이 가능한 상품은 앞으로 가격을 더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온은 식품과 일용품 등 자체 개발 상품(PB) 일부의 가격을 지난 8월 평균 10% 인하했다. 회사 측은 가격 인하 상품의 매출이 1.5배나 늘어나자 일반 국민의 절약성향이 더 강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가격을 더 내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전국 슈퍼 체인인 세이유(西友)도 8월에 일부 상품의 가격을 내렸다. 소매업계 현장에서는 과거 디플레이션 불황 때와 같은 가격경쟁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매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다케마스 사다노부(竹?貞信) 로손 사장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여는 시대가 아니다. 여전히 냉철한 시선으로 상품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가격 인하와 할인판매, 포인트 제공 이벤트 등을 늘리고 있다. 정가판매가 원칙인 편의점 업계도 소비자의 절약지향 소비를 경영에 반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인 셈이다.

소비자들은 구두쇠 성향을 강화하면서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값이 비싸도 선뜻 구입"(다케마스 사장)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고급품의 이미지가 강한 백화점의 값비싼 상품이 잘 팔리는 데서 그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맛을 내세운 고로케의 경우 일반 제품의 2배 값에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기모토 시게루(木元茂) 다카시마야(高島屋) 사장은 "상반기에만 해도 중간층 매출은 마이너스였지만 서서히 회복돼 9월에는 플러스로 돌아섰다"며 "연간실적도 플러스로 반전될 조짐"이라고 말했다. 야마모토 료이치(山本良一) J프론트 리테일링 사장은 "화장품 판매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었다. 외국인 여행자도 많이 사지만 일본 국내 소비자 매출이 현저히 늘었다"고 전했다.

백화점 업계는 인터넷 통신판매의 영향으로 의류판매가 극히 부진, 폐점으로 내몰리는 점포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백화점 2개사는 중간결산에서 매출액과 이익이 증가했다. 외국인 여행자의 구매와 주가상승의 수혜자인 부유층의 소비증가 덕택이다.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반면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평가가 더 엄격해졌다"는 평가다. NHK는 "더 싼 걸 요구"하는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약간의 사치"나 "좋은 물건이라면 다소 값이 비싸도 사겠다"는 소비자도 있는 만큼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하느냐가 업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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