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공수처' 의식한 법무부…개혁위案보다 규모·대상 축소

입력 2017-10-15 16:56
'슈퍼공수처' 의식한 법무부…개혁위案보다 규모·대상 축소

수사 인력 절반 이하로 축소…임기 6년→3년으로 줄여

검사 대상 수사 '모든 범죄'→'직무관련 범죄'로 조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법무부가 15일 내놓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정부안(案)'은 지난달 19일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이나 국회의원들이 제시한 안과 비교해 도입취지와 골자는 대체로 유지하면서도 세부내용에서는 조직 규모와 수사대상·범위 등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

보수 야당의 공수처 설치 반대와 '매머드급' 공수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듯 개혁위 권고안보다는 조직과 권한을 어느 정도 줄이는 선에서 절충됐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권고안 대비 줄어든 조직 규모다.

법무부안은 처·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를 총 25명 이내로 두도록 하고, 수사관은 3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다. 수사인력 상한을 55명으로 둔 것이다.

이는 처·처장 외에 검사 50명, 수사관 70명 등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을 둘 수 있도록 해 '슈퍼 공수처'라는 우려가 나왔던 개혁위 권고안 대비 수사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준이다.

임기제 도입도 눈에 띈다. 권고안은 공수차 검사 임기를 6년으로 두고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임 횟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정년(63세)만을 뒀다.

반면 법무부안은 처·차장은 임기 3년 단임, 그 외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에 3회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처장 임명 과정에 국회의 영향력이 늘어난 대목도 차이가 난다. 이는 '대통령 지명·임명'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고려한 보완 장치로 풀이된다.

법무부안은 국회에 추천위를 설치해 2명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후 1명을 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국회 선출 절차는 헌법재판관 선출 절차에 준한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개혁위 권고안은 '추천위 2명 추천→대통령 1명 지명→청문회→임명', 박범계 의원안은 '추천위 단수 추천→청문회→대통령 임명' 방식이었다.

현직 대통령도 수사대상자에 포함한 것은 권고안과 법무부안이 동일했다. 다만 일부 수사대상자에는 변화가 있다.

권고안은 고위공직자 범위에 중앙행정기관 등의 '고위공무원단'을 포함했으나, 법무부안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정무직공무원'만을 대상으로 삼도록 해 범위를 축소했다. 금융감독원 직원, 군 장성을 제외한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개혁위안에서 수사대상이 검사인 경우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하도록 한 것과 달리 법무부안은 검사의 경우에도 '직무관련성'이 있는 범죄만 공수처가 수사한다.

수사대상인 '관련 범죄'의 정의도 달라졌다. 법무부안은 고위공직자 직무범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직접' 관련범죄가 대상이 된다고 한정했다. 직접이란 문구는 권고안에는 없던 표현이다.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뒀다.

개혁위안은 타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수사에 착수한 경우 지체 없이 그 요지를 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했으나, 법무부안은 통지 의무를 없앴다. 또 처장 요청 없이도 반드시 이첩하게 한 박범계 의원안과 달리 다른 기관 수사와 중복될 경우 처장이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경우에 넘기도록 해 다툼의 여지를 줄였다.

법무부가 국회에 정식 정부입법안 대신 법무부안만 낸 것은 공수처 논의가 여야 간 치열한 공방에 따라 진행될 것을 예상한 조처로 풀이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법안은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민주당 박범계 의원,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 3건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공수처 설치안을 논의했으나 여야 입장차만 확인한 채 진전이 없었다. 법무부가 정부안을 제시한 만큼 국회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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