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편 '급물살' 의회지형 변화 예고…한국당, 제1당 가능성은
바른정당 탈당파 15명 이상 시 제1당 부상…현실 가능성은 작아
바른정당, 이탈자 1명만 나와도 교섭단체 붕괴…보조금 3분의 2 허공에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정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당 재편 움직임은 그 결과에 따라 지금의 의회 권력지형에도 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한국당은 '당대 당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바른정당 내 자강파들의 극렬한 반대로 현실 가능성이 작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 내 통합파들은 전면통합이 끝내 불발될 경우 집단탈당도 불사할 태세여서 결국 보수통합은 바른정당의 분당 사태와 한국당의 전력 보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강파들은 이를 '부분통합'이라고 규정한다.
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파가 최대 15명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내심 이번 재편과정을 통해 원내 제1당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한국당의 현재 의석수는 107석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석)에 14석 모자란다. 바른정당에서 건너오는 의원들이 15명 이상만 되면 원내 제1당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지금 10명 정도가 돌아올 것으로 보이는데 설득 작업을 더 한다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만약 한국당이 제1당으로 부상한다면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다툼에서도 명분상 상대적 우위에 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민주당과의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도 발언권을 강화하며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그간 한국당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에 휘둘리며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탈당파가 15명에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정치권에선 집단탈당 규모를 10명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한국당으로선 바른정당 탈당파 규모가 '매직넘버'인 15명에 달하지 못해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하더라도 이번 보수재편 과정에서 잃을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바른정당의 처지는 다르다.
소속 의원이 정확히 교섭단체 구성기준인 20명인 만큼 단 한 명만 이탈해도 당은 말 그대로 비교섭단체의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교섭단체 지위 상실로 국회 내 발언권이 급속히 약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고 보조금 감축, 국회 내 사무공간 축소 등 실제 당 살림살이에서도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바른정당에 따르면 현재 당에 지원되는 국고 보조금은 교섭단체 지위를 잃을 경우 매 분기 약 15억 원에서 5억 원 후반대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바른정당은 당장 여의도 당사부터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맞은편에 있는 당사는 보증금 약 3억 원에 월세만 2천∼3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 사무처 직원들이 사용하는 국회 본청 내 사무공간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인 데다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합당이니 탈당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직원들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면서 "정치인들은 대의명분에 따라 움직인다지만 우리는 당장 직장을 잃거나 월급이 줄어드는 생계 문제가 걸려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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