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5년만에 수술대 오른 한미FTA…'제 1 타깃'은 자동차
트럼프, 불공정 무역 대표사례로 자동차 지목
한국은 서비스 101억 달러 적자…무역구제·ISD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이 지난 2012년 발효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한미 양국은 앞으로 상대방에 다양한 요구를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역적자 해소와 한미 FTA 이행 문제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 한국 무역적자의 약 80%를 차지하는 자동차를 불공정 무역의 대표 사례로 지목해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가장 많이 부딪힐 부분에 대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철강도 문제 삼고 있지만, 한국산 철강은 그동안 각종 반덤핑 관세를 적용받아 대미 수출이 이미 급감했다.
미국은 양국이 한미 FTA를 통해 이미 합의했지만, 미국 입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산업부는 5일 2차 공동위원회 결과 보도자료에서 "미국 측은 한미 FTA 관련한 각종 이행 이슈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표하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보면 미국이 한미 FTA 이행을 비롯해 한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가진 불만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자동차 수리 이력 고지,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 금지, 원산지 검증,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등으로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22일 열린 1차 공동위에서 최대 15년 이상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한국의 농축산 분야 관세를 당장 없애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축산업은 미국 산업 중 한미 FTA 발효로 가장 혜택을 봤고 한국보다 경쟁우위에 있어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경우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 한미 FTA를 지지하는 기업들이 많은 점 등을 이유로 개정협상이 부분 개정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트라(KOTRA) 워싱턴무역관은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전면적 개정보다는 일부 미흡한 이행과 디지털 교역, 환율조작 금지 등 신규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한미 FTA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었던 한국 정부는 개정협상에서 요구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적자를 보는 서비스교역에서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서비스 무역흑자는 한미 FTA 발효로 지식재산권, 법률, 금융, 여행 시장 등이 개방되면서 2011년 69억 달러에서 2016년 101억 달러로 증가했다.
미국이 최근 한국기업 등을 상대로 남발하는 반덤핑 관세와 세이프가드 조사 등 무역구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산 철강 등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하면서 기업에 가장 불리한 정보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불리한 가용정보(AFA)' 규정을 강화했는데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미 FTA에 별도의 무역구제 조항을 만들어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손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ISD는 우리나라 정부의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사법주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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