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길 말벌, 기도 막는 떡…명절에 조심해야할 것들

입력 2017-10-03 08:00
수정 2017-10-03 08:36
성묘길 말벌, 기도 막는 떡…명절에 조심해야할 것들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평소 찾지 못했던 조상들의 묘소를 찾아 올라가는 산길 풍경, 제초를 마친 봉분에 술 한잔 따르며 오랜만에 만에 만난 친척과 나누는 덕담, 먹어도 먹어도 할머니가 또 권하는 음식은 명절 분위기를 물씬 느끼게 하는 필수적 요소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되기도 한다. 매년 추석과 설날 성묘길 목숨을 잃거나 식사를 하다 병원 신세를 지는 이들이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17일 경북 청도군의 한 야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벌초하던 A(66)씨가 말벌의 습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A씨는 이날 추석을 앞두고 조상 묘에서 벌초하다 벌집을 건드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9일 전남 영암에서도 벌초 중 말벌에 머리를 쏘인 5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말벌은 성묘길의 큰 위협이다. 특히 선산에 있는 봉분은 평소 등산로에서 벗어난 외진 곳이 많다. 숲이 우거지고 사람의 발길이 적어 벌들이 둥지를 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벌에 쏘인 환자 중 23%가 산에서 피해를 보았다. 지난해 벌에 쏘였다가 목숨을 잃은 17명 중 10명은 벌초 작업 중 화를 당했을 만큼 성묘·제초 때는 말벌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중증열성혈소판 감소 증후군을 옮기는 '살인진드기'는 최근 부각된 성묘길 위험 요소다. 일반적인 산책로나 등산로를 제외한 산과 들판이 진드기에 물릴 수 있는 위험 장소다. 선산의 무덤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된 이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각각 17명, 16명, 21명, 19명이 숨졌고 올해는 9월까지 31명이 사망했다.

아직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성묘나 제초를 할 때는 소매가 긴 옷을 입고, 묘소 앞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야 한다.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 햇볕에 말리는 것이 좋다. 진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푸짐한 명절 식탁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되기도 한다.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2014∼2016년 추석 연휴 때 총 2만2천799건의 구급 출동을 했는데, 이중 복통(2천285건)과 구토(1천842건)가 출동 건수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복통 환자는 연휴 기간 하루 평균 134건으로 평소(115건)보다 19건 정도 많았다.

명절의 상징적 음식인 떡을 먹다 목숨을 잃는 황망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2015년 9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명절에 같은 병실 환자가 건넨 떡을 먹던 50대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근처에 있던 환자들이 A씨의 등을 두드리며 목에 걸린 떡을 빼냈지만 A씨는 결국 숨졌다.



2013년 2월에는 전남 순천에서 설을 맞아 지인의 집에서 떡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 50대 남성이 떡이 목에 걸려 호흡곤란 증상을 일으키다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떡이나 육류 등 질긴 음식은 종종 목에 걸려 기도폐쇄를 일으킨다. 특히 이가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송편, 인절미, 고기류를 충분히 씹지 못하고 그대로 삼키면 기도가 막혀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소방 관계자는 3일 "음식물을 충분히 씹고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를 위해 잘게 자르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음식물이 목에 걸리면 환자의 등 뒤에 서서 양팔을 뻗어 한쪽 주먹을 환자의 명치와 배꼽 사이 중간에 대고 다른 손으로 감싸 쥔 채 빠르고 강하게 복부를 위쪽으로 강하게 밀쳐 올리는 하임리히법 응급처치를 하고, 즉각 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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