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초정밀조립장비로 국제핵융합실험로 짓는다

입력 2017-09-29 07:00
한국산 초정밀조립장비로 국제핵융합실험로 짓는다

프랑스 ITER 현장 공개…한국, 10개 핵심부품 개발·공급 맡아

(카다라슈=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땅위의 인공태양'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은 흔히 수백만 개의 퍼즐을 맞추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이 건설에 필요한 부품을 각각 나눠 제작한 다음 카다라슈로 가지고 와 조립하는 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핵융합실험로의 핵심부품인 진공용기 등을 조립하는 '섹터 부조립장비'(SSAT·Sector Sub-Assembly Tool) 제작이 중요한데, 이는 한국이 맡고 있다. SSAT는 핵융합실험로 부품을 만드는 '팔'에 비유할 수 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장에서 진행된 회원국 기자 대상 '프레스데이'에서는 실제 SSAT를 조립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인공태양'인 핵융합실험로가 들어설 건물 인근에 마련된 조립동에서다.

한국이 ITER에 공급해야 할 SSAT 두 대 중 하나인 SSAT-1호기는 2015년 9월 제작에 착수해 1년여 만에 완성된뒤 해체돼 올해 6∼9월에 거쳐 부품들이 차례로 이곳 카다라슈로 왔다. 한국에서는 ITER에 추가로 공급 해야할 SSAT-2호기 제작이 진행 중이다.



ITER에 파견 근무 중인 양형렬 국가핵융합연구소 박사는 "SSAT는 높이가 23m, 중량은 900t에 달하는 초정밀조립장비"라며 "오차가 1mm 내외인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SSAT의 건설 현장 도착은 ITER 장치의 본격 조립 돌입을 의미하며 ITER 프로젝트의 정상 진행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은 핵융합실험로에 들어갈 핵심부품 중 하나로 초전도 도체를 공급한 바 있다. 영하 269℃의 극저온 상태에서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이 초전도 도체는 초전도 자석 제작에 활용된다. 핵융합실험로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며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다.

ITER 한국사업단은 앞으로 진공용기 본체, 전원공급 장치, 열 차폐체 등 핵융합실험로의 핵심부품 8개의 개발 및 공급도 맡아 진행해야 한다. 핵심부품 2개는 이미 공급이 완료됐다.





한국이 이처럼 ITER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2008년부터 ITER와 가장 유사한 세계 유일의 핵융합실험로 KSTAR(K스타·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를 건설, 운영해온 경험 덕분이다.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안에 있는 KSTAR는 ITER 부피의 27분의 1 정도인 '미니 인공태양'이다. 올해 실험에서 고성능 플라즈마 발생 72초 연속 운전에 성공, 세계 최장 기록을 달성했다. 또 플라즈마 이온 온도를 7천만℃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고, 2019년에는 이 온도를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1억℃까지 올리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KSTAR를 구축하고 운영해온 연구자들은 ITER 건설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이었던 이경수 박사는 ITER 사무차장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국내 연구기관 및 산업체 소속 과학기술자 약 50명이 ITER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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