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향응' 얼룩진 강남 재건축 수주전, 내달에도 이어진다

입력 2017-09-27 17:59
'비방·향응' 얼룩진 강남 재건축 수주전, 내달에도 이어진다

한신4지구, 미성·크로바 10월 시공사 선정…반포 주공1단지 3주구도 착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재건축 수주전의 과열로 전국적인 관심 단지로 떠오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가 결국 현대건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아파트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라는 국내 대표 건설사끼리의 경쟁이면서 7천만원 이사비를 필두로 한 과도한 사업 조건 제시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이어 정부가 직접 위법 행위를 검토하며 개별 아파트 단지 수주전에 개입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경쟁이 과열되면서 여느 재건축 수주전보다 과도한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조합원을 상대로 한 고가의 선물·향응이 제공되는 등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잘못된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재건축 수주전에 대한 제도개선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 "시공권 따고 보자" 혼탁한 수주전

반포 주공1단지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현대건설이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제시한 전례없이 파격적인 이사비 때문이다.

통상 이사비가 1천만원 안팎에서 지원돼왔다면 현대건설은 이사비로 5억원을 무이자로 대여해주거나 그 이자에 상승하는 7천만원(세금 포함)을 현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반포 주공1단지의 사업이 시공사가 조합과 함께 사업을 책임지는 공동사업시행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신들의 수익을 낮춰 이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 금액이 곧 조합 사업비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고, 동시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금품제공 여부에 위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직접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7천만원은 사회 통념상의 '이사비' 범주를 넘어서 도시및 주거환경정비법상 금지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 제공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고 지자체를 통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대건설은 이외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른 조합원 일반분양 금액 손실분을 회사가 떠안겠다는 파격 조건도 제시했다.

반포 주공1단지 조합이 책정한 분담금 상의 추정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5천100만원 안팎으로, 만약 분양 시기에 이 금액을 못받게 되면 후분양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반포 주공1단지 수주전이 진행되는 동안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상호 비방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건설사가 제시한 설계는 시공이 불가능해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토부 출신 사외이사가 □□회사의 수주를 돕고 있다, △△회사는 재무구조가 부실해 시공 리스크가 크다' 등등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두 업체는 홍보비도 아끼지 않았다. 반포 일대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등에는 양사가 내건 광고영상과 현수막이 도배됐고 모 업체는 총회 당일 공정경쟁을 다짐하는 신문 광고를 전 언론사에 게재했다.

수십만원대 고급 굴비세트와 같은 선물접대는 기본이고 고급호텔에서 수차례 조합원 상대 설명회를 열고, 코스 요리와 선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수주에 실패한 건설사는 후유증도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반포 주공1단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양사가 오래전부터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가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안다"며 "이달 초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 두 회사가 쓴 영업·홍보비용만 해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패배한 건설사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끝나지 않은 재건축 수주전

반포 주공1단지는 현대건설의 승리로 끝났지만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는 당분간 계속된다.

다음 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에는 반포 주공1단지 못지 않은 파격 조건이 제시됐다.

롯데건설은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을 대납'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한신4지구는 공사비가 1조원에 육박해 현재 나와 있는 재건축 단지 중 반포 주공1단지에 이어 두번째로 사업규모가 크다.

롯데건설은 이 때문에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를 접수하지 못할 경우 579억원의 부담금을 롯데건설이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만약 연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환수를 피할 경우에는 579억원을 공사비에서 감액해 주거나 조합원 이주촉진비로 가구당 2천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대안도 내놨다.

롯데건설은 송파구 미성·크로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초과이익환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 초과이익부담금 569억원을 지원해주거나 ▲ 공사비에서 569억원을 감액, 또는 ▲ 이사비 1천만원과 이주촉진비 3천만원 제공 등 세 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조합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초과이익환수제 면제 책임을 앞세워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 대납'이라는 조건에 민감해진 정부는 이 문제도 위법 여부를 검토해 착수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는 다음 달 11일, 서초구 한신4지구는 다음 달 15일 재건축 조합원 총회를 열고 GS건설과 롯데건설을 놓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27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해갈 가능성이 커진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도 다음 달 초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고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반포 주공1단지 3주구도 규모는 작지만 반포 요지에 있어 대형 건설사들이 몰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수주를 위한 과도한 홍보와 수주전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업체의 과도한 사업조건도 문제지만 물밑에서 개인적으로 오가는 금품제공이 더 큰 문제인데 정부는 정작 이런 것들은 행정력 부족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이러한 사업 조건이나 경비들이 결국 재건축 사업비 인상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기회에 재건축 수주전이 깨끗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공사 선정 과정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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