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엔 경제논리 맞지 않아…혁신본부에 예산권 줘야"
안준모 서강대 교수, 18일 국회 정책토론회서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연구개발(R&D) 투자에 일반적인 경제성 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준모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자유한국당)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국가 R&D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먼 미래에 시점을 두고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며 "일반적인 '비용편익(B/C) 분석'의 잣대를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국가 R&D 예산권은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과기혁신본부가 중장기 미래 전략 부처로서 제 기능을 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우연성'과 '실패 장려'라는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꼽았다.
R&D는 계획에 맞춰 결과가 나오기보다, 우연한 기회에 큰 성과를 창출한다. 항생제 '페니실린'의 경우 세균 배양 용기가 곰팡이에 우연히 오염되며 발견됐고, 3M의 스테디셀러인 '포스트잇'은 원래 강력한 액상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패한 것에서 비롯됐다. 또 스페이스X 경우 여러 번의 실패를 겪었지만, 기술개발을 거듭 추진해 기술혁신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사례로 들었다.
다만 안 교수는 과기정통부가 가장 많은 R&D 예산을 쓰며 예산권까지 갖는 것에 대해 '선수'가 '심판'을 겸직한다는 비판이 있으므로, 국회와 민간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기획재정부가 해 왔던 예산 업무를 과기정통부가 맡게 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해 구성원들에 경제, 경영 전문가를 초빙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토론 패널인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혁신본부의 예산권한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세계의 연구 트렌드를 따라야겠지만, '세계 1위 기술'을 만들기 위한 우리 고유의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며 예산 분배에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윤유식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부회장은 "혁신본부의 예산권한 확보와 함께,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잠재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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