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의회도 국회처럼 정책보좌관 필요…예산 낭비 막는 길"

입력 2017-09-11 08:30
"시·도의회도 국회처럼 정책보좌관 필요…예산 낭비 막는 길"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서울시의원 1인당 3천800억원 '나 홀로 예산심의' 힘에 부쳐"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이태수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도의회에도 국회처럼 보좌관을 배치해달라는 지방의회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들은 정책보좌관 신설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꼭 관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양준욱(60) 서울시의회 의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책보좌관이 생기면 예산 낭비 요소를 더 꼼꼼하게 찾아내 방지할 수 있다"며 "인건비가 들어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산을 절감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도 국회와 마찬가지로 조례 제정, 예산 심의 등 지자체 감시·견제 역할을 하지만, 지방의원은 단 한 명의 보좌관도 지원받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는 게 양 의장의 토로다.

서울시의 경우 한 해 예산 규모가 40조원이다. 시의원 106명이 1인당 3천800억원 규모 예산을 심의하게 된다.

양 의장은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 곳은 없는지, 정책이 본래 취지에 맞게 집행되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며 "그러나 의원 개개인이 예산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입법활동, 정책제안, 민원처리까지 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회의는 역대 의회 중 가장 활발한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며 "9대 후반기 의회가 834건의 조례 재개정안 등을 발의해 720건을 처리했는데, 7∼8대 의회 발의 건수의 2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들은 경우 6급 상당의 정책보좌관 1명씩을 각 의원에 배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지자체를 감시하는 지방의회 인사권까지 가진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인사권 독립도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정책보좌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 폐회로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에는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대표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시의원 106명이 있는 서울시의회에 정책보좌관이 배치되면 인건비로 연간 40억원(연봉 3천700만원 적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시·도의회 의원이 794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인건비 규모는 3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양 의장은 "전국 17개 시·도의회의 의견을 모아 행정안전부와 국회를 다시 설득할 것"이라며 "지방분권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시기인 만큼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해선 "역대 정부 중 가장 깊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지자체 집행부(시·도지사) 위주의 지방분권이 논의돼 지방의회는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개헌특위에서 내부적으로 주민투표·주민소환을 위한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이 역시 촛불 민심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9대 서울시의회는 남은 9개월 임기 동안 '안전·민생·청년'과 관련한 예산을 편성하고, 조례를 재·개정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양 의장은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시민 불안과 불신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침 이번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먹거리 기본조례안'이 통과돼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 의장은 3·4대 강동구의원을 거쳐 7 ·8·9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다음 행보로 강동구청장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구의원부터 시작해 구의회 부의장, 시의회 부의장·원내대표·의장을 차근차근 거쳤다"며 "이런 경험을 주민자치에 좀 더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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